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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에게 잘 합시다

추석합동위령미사 강론

조상들에게 잘 합시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일을 해야 합니다. ‘조상들의 한을 풀어주려면 제사를 지내야 한다.’ ‘묘자리가 좋지 않으니 묘를 옮기고 새로 단장해야 한다.’ 이런 것들은 조상들에게 잘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불안한 마음을 노리는 사이비 종교의 수작이며, 조상 덕을 볼려는 자손들의 마음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조상들에게 잘 하는 것은 불필요한 제사를 지내고 묘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살아서 우리에게 남긴 유산을 떠올리고 조상들에게 감사하는 것입니다. 우리 천주교에서는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상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산 자들 뿐만 아니라 죽은 자들의 주인이신 주님께 세상을 떠난 조상들을 맡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가족들과의 식사 때 돌아가신 가까운 조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십시오. 그분이 어떻게 사셨는지, 무슨 좋은 일을 하셨는지,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무엇이었는지 그분의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보면 그 자리에 있는 우리의 모습 속에서 그분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식사 후에 다같이 세상을 떠난 조상들을 위해 연도를 바치십시오. 가톨릭 앱에 들어가면 연도가 있으니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조상들에게 잘 합시다. 조상들은 무덤에 있는 분들만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부모님, 친척, 이웃 어른들도 조상입니다. 안부를 묻고 작은 선물을 준비하고 용돈을 드리세요. 가까운 조상들에게 잘 하는 것은 무덤에 있는 조상들에게 잘 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일이며 아름다운 일입니다. 여러분 자녀들이 여러분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할 것입니다. 행여나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여러분은 가까운 조상들에게 잘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일을 한 것입니다. 


조상들에게 잘 합시다. 내가 먼저 잘 살아야 합니다. 내가 바로 조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가족과 가문을 생각해서 추악한 일에 몸 담지 말고 훌륭한 일을 하십시오. 무엇보다 죽음을 잘 준비해야 합니다. “주님 안에서 죽는 이들은 행복하다” (묵시 14,13). 오늘 요한 묵시록은 말합니다. 여러분이 주님 안에서 죽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자식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종종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시던 분들이 아파서 성당에 못 나오게 되고, 얼마 뒤에는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살아서 그렇게 믿고 의지했던 하느님을 죽을 때 뵙지 못하고 장례식장에서 돌아가면 얼마나 안타깝습니까! 여러분의 장례는 성당에서 치를 수 있도록 미리 자녀들에게 말을 해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여러분과 생에 마지막까지 함께 한 신자들이 와서 여러분을 위해 정성을 다해 기도할 수 있습니다. 믿는 이들이 다 함께 기도하는 가운데 장례미사 중에 하느님 앞에 자신을 바치고, 거룩하고 아름다운 가톨릭 군위묘원으로 가면 좋겠습니다. 자식들에게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는지 잘 보여주는 것만큼 자식들 삶에 중요한 교육은 없습니다. 미리 확실히 준비해야 합니다. 


조상들에게 잘 합시다. 달리 말하면 자식들에게 잘 합시다. 그들이 바로 조상을 돌볼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자녀에게 상처 주지 말고 하나 하나 가르치려 들지 말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해 주어야 합니다. 속을 무지 썩이더라도 나도 부모에게 그랬음을 잊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안아 주어야 합니다. 자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그 자식이 커서 부모가 되면 그 마음을 다 이해할 것입니다. 그리고 받은 그 사랑만큼 되돌려 줄 것입니다. 자식은 바로 나의 거울입니다. 


조상들에게 잘 합시다. 돌아가신 조상들을 위해 기도하며, 가까운 조상들을 챙기며, 스스로가 먼저 잘 살아 훌륭한 조상이 되며, 조상들을 돌볼 자식들에게 잘 합시다.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재산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루카 12,15). 사람만이 희망입니다. 조상들에게 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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