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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리는 바람개비처럼

살아있는 사람 16 군위마라톤 리포트

"대부분의 마라토너들은 오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충만히 살기 위해서 달린다." (무라카미 하루키)


'살아있는 사람 16'은 203명이 등록했고 그 가운데 154명이 가장 충만히 살기 위해 군위체육공원에 모였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각자의 이름이 새겨진 예쁜 배번호를 받아 달고 나니 갑자기 힘이 솟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즐거운 작업은 성령의 바람이 살아있는 사람 16과 함께 하고자 하는 바램으로 형형색색 바람개비 만들기였다. 완성된 바람개비가 힘차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은 어느새 달리고 있었다. 


살아있는 사람 16


10:05분, 36명의 살아있는 사람이 10킬로미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26명의 도우미들이 안전하게 뛸 수 있도록 코스를 안내하며 핸드폰 타이머로 시간을 재고 단체 카톡으로 실시간 선수들의 이동 상황을 주고 받았다. 지친 선수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물과 게토레이도 공급했다. 50:59.54의 기록으로 1등으로 골인한 이태영 요셉을 필두로 선수들이 차례로 결승선에 들어왔다. 


1등으로 들어온 이태영 요셉 


10:10분부터 시작된 5킬로미터 걷기에 참가한 128명의 참가자들은 시간 구애없이 자유롭게 군위의 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벼베기가 시작된 논, 바람에 날리는 갈대를 보며 위천을 따라 걷다가 핑크 뮬리를 만났고 현수교를 건너 힐링 숲을 걷고 돌아왔다. 뛰든 걷든 완주자 모두에게 군위본당 어린이들이 메달을 걸어주었다. 독특하고 세련된 메달을 보며 환한 웃음을 짓는 얼굴들이 보기 좋았다.


완주 후 메달을 받고 기뻐하는 아눈시앗따 수녀님과 청년들


12시 정각, 군위성당 뒷마당에서 조촐한 식사가 마련되었다. 꼬마 김밥과 함께 돼지 한마리를 후원해 주신 분 덕분에 숯불 바베큐와 수육을 오전 6시부터 준비했고 집마당에서 직접 기른 배추가 일품이었다. 수제 막걸리는 인기가 높아 금방 동이 났다. 식사 후에는 하늘채 카페를 8개월만에 임시 오픈했다.


13:40분, 효목본당 이준영 리노 신부님과 함께 후원금 봉헌과 감사미사를 시작했다. 야외에서 가을 바람, 햇살, 낙엽과 조금은 지친 몸을 주님 앞에 내려 놓으며 감사와 찬양을 드렸다.


미사 공지사항 시간에는 살아있는 사람의 국제뉴스와 국내뉴스 소개 시간이 있었다. 국제뉴스는 2023년 12월 10일(주일)에 살아있는 사람 20주년을 기념해 하와이 호놀루루 마라톤 대회 참가 예정 소식과 항공료 마련을 위한 매달 3만원 3년 적금들기 안내였다. 국내뉴스는 나의 브런치북 <살아 있다면 계속 달려야 합니다>가 분도출판사에서 내년 상반기에 출간 예정이라는 소식이었다. 


이어서 10킬로미터 입상자 시상이 있었는데 3등 5Kg, 2등 10Kg, 1등 20Kg 쌀이 지급되었다. 그리고 경기도 성남에서 직접 만든 막걸리를 가져와 후원하고 10킬로미터를 역주한 형과 1,000번째 살아있는 사람에게도 20Kg 쌀을 선물했다. 참가자 전원에게 군위에서 나는 대추, 오이, 사과즙, 김수환 추기경님에 관한 책을 기념품으로, 어린이들에게는 문화상품권을 선물로 주었다.


10킬로미터 달리기 입상자 시상


인생에서 '만일'이 있을 수 없겠지만, 만일 군위에서 직접 여는 마라톤을 계획하지 않았더라면, 만일 코로나19 때문에 포기했더라면, 만일 하느님을 믿고 계속 준비하지 않았더라면 있을 수 없었을 살아있는 사람 16의 만남과 성취, 그리고 함께 드리는 미사가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강론에서 말한 것처럼,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살도록 초대받은 그리스도인에게 한계란 마음의 문제다. 두려움이나 걱정 때문에 무엇이라도 자신을 위해 숨겨두거나 남겨두지 않고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사랑하는 살아있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예수님의 사랑받는 제자가 아닐까.


매일 '조금만 더'를 실천하며 살기로 다짐한다. 조금만 더 인내하기, 조금만 더 힘내기, 조금만 더 사랑하기를 실천하다보면 나중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할 수 있음을 우리는 믿는다.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지금 조금만 더를 실천할 때, 살아있는 사람은 하느님의 영광이다.


10월 27일자로 신청비와 후원금에서 경비를 제외하고 정산한 결과 전체 성금 18,229,920원을 모았다. 몸과 마음으로 후원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이 성금은 조만간에 볼리비아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선교지에 계신 신부님들에게 전달해 그곳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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