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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니리아 닐니리아 니나노~

살아있는 사람 18 보고서

시월의 가을 하늘을 떠올려본다. 하늘은 높고 공기는 맑고 바람은 상쾌하다.


노오랗게 물든 은행나무길을 뛰어 올라가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물결이 출렁거린다. 774개의 파동이 넘실거리며 대구가톨릭대학교 둘레길과 뒷산을 살포시 덮는다.


역대 최고인원인 774명의 살아있는 사람 외에도 120여명의 봉사자가 함께 한 살아있는 사람 18은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참여한 교수, 직원, 학생 400여명 외에도 무학고 84명, 오천고 33명, 효성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 45명, 하양마라톤클럽 19명, 바오로벗 24명, 런투유 23명 등 많은 그룹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뛰었다.


이 가운데 무학고등학교 교목인 이우석 신부님은 '나보다 빨리 10킬로미터를 뛰는 사람에게는 상을 준다'고 격려해 84명의 고등학생들이 불타는 의지로 모두 10킬로미터를 달렸다.


또한 수녀님 20명이 참여해 10킬로미터를 달린 수녀님들이 여러분 계셨고, 신부님 10명이 참여해 20킬로미터를 뛴 신부님도 계셨는데 그 신부님 왈, "요르단강을 건너갈 뻔 했어요(살아 돌아오지 못할 뻔 했다)."


이번 살아있는 사람 18에는 특별한 일들이 많이 있었다.


우리 대학 마스코트로 이번 살아있는 사람 18 위해 특별 제작한 'DCU 살아있는 사람' 디쿠 인형은 모두에게 환영받는  아이템이었다.  


디쿠인형과 완주메달


대회 당일 시작 전후로 참가자들이 달리면서 기억할 사람들의 이름을 적고 그 위에 풋/핸드 페인팅을 해서 큰 걸개그림으로 제작한 '이웃을 위한 행복한 달리기'는 살아있는 사람 18의 주제로서 미사내내 바람에 살랑거리며 빛났다.



무엇보다 이번에 처음 도입한 10킬로미터와 20킬로미터 참가자들을 위한 기록칩과 완주증은 대회의 수준을 한단계 올렸다는 평가를 내릴만 하겠다. 완주 후에 받아든 완주증에는 자신의 이름과 대회 공식 기록이 표시되어 있어 무언가 큰일을 해낸듯한 뿌듯함이 결승선 주변에 넘쳐났었다.


그때 갑자기 등장한 아이스크림은 이웃한 해태제과에 계신 고위임원께서 우리 대회를 위해 후원해준 서프라이즈로 각광을 받았다. 더운 날씨에 먹는 폴라포는 그 맛이 일품이었다.


그 가운데 가장 인기있었던 것은 국밥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군위성당 엠이 식구들이 직접 깍두기를 담그고 재료를 준비하고 소를 잡아(?) 정성을 다해 끓인 국밥은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든든한 국밥에 담긴 넘치는 사랑은 두고 두고 마음에 남을 것이다.


군위성당 봉사자들


미사 마침에 특송을 부른 효성초등학교 어린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태평가'를 목청껏 부르다가 '닐니리아 닐니리아 니나노~'에 이르러 탬버린이 정확한 동작으로 두개 올라와 흔들릴 때 우리 모두는 활짝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의 노래처럼 살아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있으니 그 곳과 그 시간이 바로 태평성대임을 느낄 수 있었다.


태평가를 부르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번 살아있는 사람 18 모금 총액은 10,524,240원이다. 이 가운데 몽골 쎈폴 초등학교를 위해 효성초등학교에서 모은 후원금 2,200,390원은 몽골로 보내고, 남은 8,323,850원은 볼리비아와 카자흐스탄으로 보낼 예정이다. 노력과 봉사로, 그리고 물적으로 후원해 주신 분들에게 선교사들을 대신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살아있는 사람 18


은행나무 노란빛에 더 빛나는 황금 메달을 바라보며 살아있는 사람의 물결을 다시 떠올려본다. 한 사람의 꿈이 자라나 맺은 커다란 결실을 보며 놀라움과 감사함이 피어오른다.


무엇보다 우리 모두가 살아있음에, 함께함에 행복했다.


이웃을 위한 행복한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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