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간절함

대구대교구 설정 백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범어대성당에서 처음으로 사제서품식이 열린 며칠 뒤 친구 신부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말했습니다. “김대건 기념관이 아니라 범어대성당에서 열린 서품식이 참 좋았다.” 그랬더니 친구가 말했습니다. “한가지 부족한게 있었어.” “그게 뭐지?”하고 물으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간절함이 느껴지지 않았어. 예전 사제서품식 때에는 사제품을 받을 부제들이 부복하고 성인호칭기도를 바칠 때 신학생과 수녀님이 노래를 불렀는데 범어대성당에서는 소프라노 가수가 그 노래를 멋지게 부르더군. 하지만 신학생이 선배들의 사제서품식을 보며 자신의 미래를 꿈꾸던 것과 수녀님이 종신서원식을 생각하며 노래하던 그 간절함을 느낄 수는 없었어.” 


간절함, 여러분에게는 어떤 간절함이 있습니까? 편리한 세상 것들에 익숙해져 그냥 지금처럼 살고 싶은 사람에게 간절함이 있을까요?  


오늘 예리코의 소경은 간절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크게 부르짖었고, 남들이 잠자코 있으라고 꾸짖었지만 더욱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그 간절함이 예수님의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루카 18,41) 


여러분에게 간절함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입니까?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갖고 싶고, 앞으로 잘 돼서 성공하고 싶고, 건강하고 싶은 이런 것도 필요하지만 정말 그것이 여러분이 간절히 원하는 것인가요?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예리코의 소경은 그 말을 하기 위해 수십년을 고통 중에 살았고 부끄러움과 치욕 가운데에서도 그것만을 간절히 원했습니다. 지금 죽어도 후회없을 그런 삶, 한번이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주님을 보고 싶은 마음, 자신의 소중한 삶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습니다. 


나에게는 어떤 간절함이 있습니까? 진정한 기도는 그 간절함의 표현입니다. 지금 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 하느님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예리코의 소경보다 나을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본다고 생각하면서 못 보고, 하느님을 안다고 생각하면서 죄 짓고,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남을 불행하게 만드는 앞을 못 보는 사람일 뿐입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예수님께서 당신에게 가장 간절한 것이 무엇인지 묻고 계십니다. 여러분에게 가장 간절한 것을 찾고 청하십시오.


11월 16일(월)부터 21일(토)까지 대구가톨릭평화방송 FM 93.1Mhz에서 <오늘의 강론>으로 청취하실 수 있습니다. 아침 6:50분-7시와 오후 4:50분-5시에 방송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