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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감실

우리의 시선을 붙잡아 두는 것은 참 많습니다. 재미있는 TV 드라마, 인기가수의 노래, 취미활동, 영화, 게임, 술과 같은 쾌락 등 이런 것들은 우리 마음을 붙들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 없이 살 수는 없겠지만 여기에 빠져 집착하게 되면 천천히 이런 것들이 자라나 우리 마음을 차지합니다. 마약처럼, 처음에 짜릿한 기분을 잊지 못해 조금씩 더 강한 것,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되고 마침내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이런 상태로 우리 마음은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 성취하고자 하는 야심, 남들과 똑같이 누리고 싶은 욕구로 가득차게 되어, 마치 마음의 주인이 이런 욕망들의 인질로 잡힌 ‘강도들의 소굴’이 되고 맙니다.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오늘 복음에 보면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 백성의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없앨 방법을 찾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들 마음이 사악한 영으로 가득차 살인자의 소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백성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느라고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강도들의 소굴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예수님께서 나서야 합니다. 하느님의 거처인 성전을 정화하신 예수님께서만이 우리 마음도 정화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을 말씀으로 채우면 그만큼 강도들은 물러날 것입니다.  

요한 묵시록의 천사가 여러분에게 작은 두루마리 하나를 주며 말합니다. “이것을 받아 삼켜라. 이것이 네 배를 쓰리게 하겠지만 입에는 꿀같이 달 것이다”(묵시 10,9). 


꿀같이 단 말씀을 읽고 받아들이기는 쉬우나 그것을 삶으로 소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신자가 되는 것은 쉬우나 참 신앙인이 되는 것은 어렵습니다. 말씀을 읽고 말로 전하기는 쉬우나 그것을 삶으로 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씀을 계속 가까이 하고 우리 마음을 말씀으로 채우면 우리는 강도들의 소굴이 아니라 기도의 집이 될 것입니다. 성체를 모신 걸어다니는 감실이 될 것이고, 세상 어떤 강도도 그곳에는 침입하지 못할 것입니다. 


다가오는 대림 1주일부터 우리는 ‘말씀의 해’를 시작합니다. 우리 삶의 힘이 되는 말씀은 우리 발의 등불이며 우리 길에 빛이 될 것입니다. 매일 성경을 읽고 말씀을 기억하고 그 말씀으로 힘을 얻읍시다. 좋아하는 시편 혹은 성경 한 구절을 암송하며 유혹이 찾아올 때마다 그 말씀으로 강도들에게 맞섭시다.  


저는 시편 121편을 좋아합니다. “산들을 향하여 내 눈을 드네. 내 도움은 어디서 오리오? 내 도움은 주님에게서 오리니 하늘과 땅을 만드신 분이시다…주님께서 모든 악에서 너를 지키시고 네 생명을 지키신다. 나거나 들거나 주님께서 너를 지키신다, 이제부터 영원까지.”


11월 16일(월)부터 21일(토)까지 대구가톨릭평화방송 FM 93.1Mhz에서 <오늘의 강론>으로 청취하실 수 있습니다. 아침 6:50분-7시와 오후 4:50분-5시에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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