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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Thanksgiving)

11월 넷째 목요일 11월 26일은 미국에서 추수감사절, 곧 "Thanksgiving Day"라고 불리는 공휴일이다. 말 그대로 한해 동안 베풀어주신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수확한 농작물을 봉헌하고, 가족이 모여 칠면조를 먹으며 성대한 파티를 연다. 금요일까지 쉬기에 통상 4일의 황금연휴이기도 하다.


군위 본당에서도 추수감사미사를 봉헌했다. 다사다난했던 2020년을 돌아보며 전례력으로 한해의 마지막 주일인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기념하며 직접 재배한 농작물을 제단 앞에 봉헌했다.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시련이 우리에게 닥쳐왔었다. 힘들고 불안하고 고통스러웠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시련,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더욱 마음이 무거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부들은 들판에서 밭에서 산에서 일했고 농작물은 자랐다. 냉해와 장마, 가뭄과 폭염에도 농작물은 열매를 맺어 우리를 살게 한다. 우리 편에서는 한 것이 없는데 이렇게 잘 자라 하느님 앞에 바칠 것이 있으니 그저 감사와 찬미를 드릴 뿐이다. Thanksgiving 이다.


미사성찬례를 영어로 Eucharist라고 한다. 그리스어 에우카리스테오에서 비롯된 말로 '감사를 드리다'는 뜻이다. 그래서 성체성사 역시 Thanksgiving이다. 


그러고보면 우리 삶이 Thanksgiving이 아닌 것이 있겠는가. 살아있음이, 일용할 양식을 얻음이, 무엇인가 할 일이 있고 사랑할 수 있음이 바로 감사가 아니겠는가. 매 주일 믿는 이들이 모여 드리는 성체성사 역시 한 주를 살도록 해 주신 하느님께 드리는 Thanksgiving이며, 다가오는 한 주를 살게 해 주실 하느님께 미리 드리는 Thanksgiving이다.


우리 삶이 늘 추수감사, 곧 Thanksgivi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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