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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천주교인이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억하며

1846년 8월 26일 옥중에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페레올 주교님께 쓴 편지 내용 가운데 이런 말이 있습니다. 


“관장이 저에게 ‘당신이 천주교인이오?’하고 물었습니다. 저는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가 ‘어찌하여 임금님의 명령을 거역하고 천주교를 믿는 거요? 그 교를 버리시오.’라고 심문하기에 ‘나는 천주교가 참된 종교이므로 믿는 거요. 우리 종교는 하느님을 공경하라고 가르치고 또 나를 영원한 행복으로 인도해 주오. 나는 배교하기를 거부하오.’하고 대답하였습니다.” 


2021년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입니다. 그래서 2020년 대림 1주일부터 2021년 대림 전날까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이 선포됩니다. 또한 김대건 신부님은 신분 차별이 엄격하던 시절에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평등사상을 실천함으로써 하느님 나라를 증거하였기에 ‘2021년 유네스코 세계 기념 인물’로 선정되셨습니다.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년이 지난 지금,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라는 관장의 질문은 우리에게 주어진 질문입니다. 우리는 김대건 신부님처럼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자가격리 뿐만 아니라 어떤 때에는 학교도 못 가고 출근을 못하기도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상이 감옥처럼 변해버린 지금, 신앙 때문에 감옥에 갇힌 김대건 신부님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대건 신부님께서 새남터에서 순교하기 직전에 신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의 한 부분입니다.   


우리 사랑하는 형제, 자매들이여, 알아둡시다. 우리 주 예수께서는 세상에 내려와 친히 무수한 고난을 받으시고 괴로운 가운데에서 거룩한 교회를 세우시고, 고난 중에 자라게 하셨습니다. 그러니 세상 풍속이 아무리 치고 싸운다 한들 교회를 이길 수 없습니다. 예수 승천 후 사도시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회는 두루 무수한 어려움 중에 자라왔습니다.


이제 우리 조선에 교회가 들어온 지 오육십여 년 동안 여러 번 박해가 일어나 교우들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또 오늘날 박해가 불길같이 일어나 여러 교우들과 나까지 잡히고, 아울러 여러분까지 환난 중에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한 몸이 되어 애통한 마음이 어찌 없겠으며, 인간적인 정 때문에 차마 이별하기에 어려움이 없겠습니까?


그러나 교회에서 말씀하시되 ‘작은 털끝이라도 주님께서 돌보신다’했고, ‘모르심이 없이 돌보신다’ 하셨습니다. 어찌 이렇듯 한 박해가 주께서 하고자 하신 일 아니면, 주님의 상이나 주님의 벌이 아니겠습니까? 주님의 거룩한 뜻을 따르며 온갖 마음으로 천주 성자 예수 그리스도 대장의 편을 들어, 이미 항복받은 세속과 마귀를 공격합시다. 갈팡질팡 어쩔 줄을 모르는 이런 시절을 당하여, 마음을 늦추지 말고 도리어 힘을 다하고 역량을 더해서, 마치 용맹한 군사가 무기를 갖추고 전쟁터에 있음과 같이 하여, 우리도 싸워 이겨냅시다.


부디 서로 우애를 잊지 말고 도우면서, 주님께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어 환난을 거두시기까지 기다립시다. 혹시 무슨 일이 있을지라도, 부디 삼가고 극진히 조심하여, 주님의 영광을 위하고, 조심을 배로 더하고 더해갑시다...... 


세상에 박해가 왔습니다. 더 이상 옛날과 같은 성장과 발전은 있을 수 없습니다. 생태계 파괴와 지구 환경 위기, 경제적 양극화, 기술 물질 만능주의만이 아니라 우리 신앙의 나태화 또한 심각한 도전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때에 세상의 관리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지난 10월 성지순례로 간 한티에서 몰래 신앙생활을 하다가 잡힌 교우촌 사람에게 포졸이 묻습니다.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외국 신부님을 영입하려다 잡힌 김대건 신부님께 관장이 묻습니다.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요즘 세상에 신앙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말하고 다니는 이웃이 묻습니다.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돈과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는 사람이 묻습니다.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이 질문들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열 다섯 나이에 부모님을 떠나 8개월을 걸어 마카오에 가서 십년을 공부하고 사제가 되어 목숨을 걸고 조국에 돌아온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함께 갔던 동무 최방제는 병으로 죽고 다른 동무 최양업은 멀리 있습니다. 사제가 된지 불과 1년 1개월만에 관헌에게 붙잡혀 스물 다섯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조선에서 가장 신식 교육을 받고 외국어와 세계 정세에도 능통했으니 그를 회유하고자 얼마나 달콤한 약속을 많이 했겠습니까만은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끝까지 깨어 있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천주교인이었습니다.  


오늘부터 일년동안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기억하며,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라고 대답하는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또한 여러분을 끝까지 굳세게 하시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날에 흠잡을 데가 없게 해 주실 것입니다.”(1코린 1,8)라고 고백한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믿고, 흠잡을 데가 없는 삶, 곧 목숨까지 내 놓을 수 있는 깨어있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이제 우리가 응답할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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