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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사랑하는 크리스마스

Everyone loves Christmas (성탄대축일 강론)

크리스마스는 누구나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한해를 보내며 가족들끼리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거기에는 선물이 있고, 캐롤과 흰눈이 있고, 아름다운 성탄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저 역시 어릴 적 성당에 다니지 않을 때에도 성탄 밤이 되면 기대가 되었었습니다. 어떻게 산타 클로스가 저를 아는지 몰라도 자고 나면 (유명한 과자인) 산도 한통이 머리맡에 놓여져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모두에게 특별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조금 더 의미있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크리스마스(Christmas)의 어원을 살펴봅시다.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Christ)와 미사(Mass)가 합쳐져서 생긴 말입니다. 풀이하면 ‘그리스도를 위한 미사’ 혹은 ‘그리스도의 미사’라고 해석됩니다.  


‘그리스도를 위한 미사(Mass for Christ)’는 당연히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이 오늘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이시며 그분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는 때임을 뜻합니다. 구세주 예수님께서 탄생하셨으니 목동과 동방박사를 비롯한 온 인류가 모여서 찬미와 감사의 미사를 봉헌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그리스도의 미사(Mass of Christ)’는 조금 더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심으로써 세상은 이제 타락한 곳, 하느님께서 버리신 곳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곳이 되었습니다. 죄를 지은 인간 역시 타락한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의 아들 딸이라는 고귀한 품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세상은 인간 중심이 아니라 그리스도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며, 그리스도가 세상의 중심이 되심을 선포하신 것입니다. 우리 삶 역시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심, 곧 임마누엘(Emmanuel) 하느님을 통해 새롭게 변화되었습니다. 우리의 모든 삶, 모든 순간이 하느님의 시간 안에 하나가 되었기에 우리는 존재의 이유를 깨닫고 살아야 할 목적과 희망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모든 것이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존재하게 됨을 기념하는 날이 크리스마스입니다. 


좀 어렵지요? 하나만 기억해야 한다면, 크리스마스를 통해서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love)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LOVE)하신다는 사실이 온 세상에 선포되었다는 것입니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지금, 크리스마스에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심이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아주 위대하고 힘이 쎄고 능력이 뛰어나 이런 모든 어려움을 한방에 없애주시면 좋겠는데 우리 품에 안긴 하느님은 아주 작고 연약한 아기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 하나가 생각납니다. 어느 날 천사가 한 젊은이에게 나타나 말합니다. “세 가지 소원을 말해보아라. 모두 이루어주겠다.” 젊은이는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소원을 바로 말합니다. “모든 여자가 저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젊은이의 바램대로 되었습니다. 젊은이는 모든 여자에게서 사랑을 받았고 황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의 말, 행동, 손짓 하나가 여자들을 감동시켰고 그는 원하는 누구와도 사랑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차츰 여자들이 힘들어졌습니다. 밤이건 낮이건 젊은이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고 끊임없이 사랑을 고백하며 찾아왔습니다. 쉴 수도 잠을 잘 수도 없었습니다. 참다 못한 젊은이는 두 번째 소원을 빌었습니다. “제발 여자들이 저를 가만히 놓아두도록 해 주십시오.” 순식간에 조용해졌습니다. 그의 주변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젊은이는 혼자 고민에 빠졌습니다. 소원이 한 가지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청해야 할까? 부자가 되기를 청하자니 건강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을테고, 건강을 청하자니 재능이나 돈, 명예를 가진 사람이 되지 못하니 어떻게 하지?’ 젊은이는 몇날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소원만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자꾸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결국 한 가지 소원을 결정하지 못한 젊은이는 천사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무엇을 청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이게 저의 마지막 소원입니다.” 천사는 말했습니다. “내가 너라면 다음의 세 가지 소원을 빌었을 것이다. 세상을 잘 살아갈 지혜, 그리고 지혜로 알게 된 것을 실천할 용기,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사랑이다.” “저는 이미 세 가지 소원을 다 써버렸습니다.” 젊은이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습니다. “아니다. 지혜와 용기, 사랑은 이미 네 안에 있다. 다만 그것이 씨앗으로 네 안에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모두 다 이 씨앗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소중히 여기고 키우지 않기에 그것이 있는 줄 조차 모른다. 이제 네가 그것을 잘 키우면 네게 지혜와 용기, 사랑이 넘치게 될 것이다.” 


하느님께서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우리 마음에 작은 지혜와 용기, 사랑으로 태어나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분을 소중하게 여기며 잘 키워야 합니다. 세상 속에서 사랑을 품고 하느님 말씀으로 지혜를 찾고 믿음의 용기를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이제 왜 크리스마스가 특별한지 알겠습니까? 아기로 오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아시겠습니까? 크리스마스, 곧 그리스도를 위한, 그리스도의 미사를 함께 거행합시다. 비록 우리가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이 날을 기뻐하며 하느님께 찬미와 찬양을 드릴 수는 없지만 모든 믿는 이의 마음에 오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하나로 연결해 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이제 우리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 사랑을 소중히 여기며 잘 키워갑시다. 메리 크리스마스! 


군위성당 성탄 구유에 오신 아기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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