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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ing Home

삶을 견디게 하는 노래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가 지난 24일부터 1월 3일까지 중단된 뒤로 매일 산을 오른다. 어제 오늘 영하 7도라 매우 시원했다. 근데 영하 50도에 학교가는 러시아 소년의 이야기와 동영상을 보니 변명할 거리도 없다. 영하 52도면 학교를 안 가도 된다는데...세상 참 놀랍다.


매 순간이 견딤의 연속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피로와 노화에 따른 고통과 어떻게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강박을 견디기 시작해 똑같은 빵을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커피와 먹는다. 아침마다 누군가에게 흠집을 낼려는 자극적인 신문기사의 저질을 견디고, 말도 안되는 판결을 내리는 판사의 변명을 견디고, 오전 10시가 되면 새로 코로나19에 확진된 숫자를 보고 놀란 마음을 견딘다.


하루종일 방 안에 있으려는 나를 견디다 못해 어떻게 하든 밖으로 내 몬다. 산을 오르는 중에 낯익은 목소리가 살짝 굳어진 마음을 열고 들어왔다. Going Home, 자우림의 김윤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는 햇살에 마음을 맡기고 

나는 너의 일을 떠올리며 수많은 생각에 슬퍼진다 

우리는 단지 내일의 일도 지금은 알 수가 없으니까 

그저 너의 등을 감싸 안으며 다 잘될 거라고 말할 수밖에... 


이 세상은 너와 나에게도 잔인하고 두려운 곳이니까 

언제라도 여기로 돌아와 집이 있잖아 내가 있잖아 

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 우리를 기다려 주기를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기를 

가장 간절하게 바라던 일이 이뤄지기를 난 기도해 본다  




홈(Home)은 이상한 단어다. 앞에 관사(a)나 정관사(the)가 붙지 않는다. 그냥 홈이다. 어떤 집, 누구의 집이 아니라 그냥 집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누구에게나 위로가 된다. 


Going home 은 견디고 견디고 견디고의 다른 말이 아닐까. 별 볼 일 없는 하루의 무심함을 견디고, 무엇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을 견디고, 가만히 있으면 오는 외로움을 견디는 과정이 아닐까. 


김윤아의 노래를 들으며 산을 오르는 내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그 애절한 목소리와 리듬, '다 잘될 거라고' 위로하는 가사가 조금 더 견딜 힘을 주었다. 실은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삶은 견딤의 연속이다. 누구나 노화에 따른 고통, 인간으로 느끼는 외로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견딘다. 무엇보다 견디지 않고, 견디지 못하고, 견디지 않으려는 자신을 견디는 것이 가장 어렵다. 보통 때는 이런 것들은 일이나 오락, 사람사이의 관계에 묻혀 몰랐을텐데 코로나19는 우리가 숨겨둔 면역성 없는 것들이 무엇인지 다 까발리고 있다. 어쩌면 그 덕에 우리는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다.


집으로 가는 길, 그 길은 쉽지 않다. 누구나 원하지만 어려운 길, 그렇지만 집에 다다르면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집이란 그런 것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꿈꾸자: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을 다 읽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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