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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리틀 포레스트를 찾아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새내기들과 함께

"난 늘 그저 견디고만 있었을 뿐이었다."


돌아보면 그 시간이 그렇게 힘들었던 이유는 방향을 잃고 어찌할 바를 몰라 그 자리에서 그저 견디고만 있었을 때가 있다. 혜원(김태리)도 그랬다. 남들처럼 열심히 살았지만 어디로 가는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몰랐고, 그래서 한번의 넘어짐이 큰 시련으로 다가왔다. 마치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아무 이유도 모르고 계속 위로, 위로만 기어 올라가는 애벌레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고 있다. 남들이 다들 그렇게 하니까!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


보다 못한 재하(류준열)가 한마디 한다. 남들처럼 바쁘게 산다고 해서 잘 사는 것이 아니다. 잠시 문제를 잊기 위해 우리가 열정을 다하는 많은 일이 그렇다. 그저 그 순간만 걱정을 잊으니 즐거울 뿐, 지나고 나면 걱정은 다시 돌아온다. 혜원이 잡초를 뽑으며 투덜거리는 말 같다.


"이놈의 잡초는 뽑아도 뽑아도 마음의 걱정처럼 다시 자라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다시 보았다. 군위를 떠나 영화 속에서 보는 군위 미성리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마음을 짠하게 만드는 무엇이었다. 봄 가을 군위성당에서 자전거를 타고 혜원의 집으로 가 대청 마루에 앉아 시원한 커피를 한잔 하던 그때가 그리웠다.


다른 한편으론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 대학 새내기를 만나고 싶었다.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은' 대학 새내기들과 함께 우리만의 리틀 포레스트를 찾으면 어떨가 싶었다. 


하양역에서 기차를 타고 화본역에서 내려 그들과 함께 혜원을 집을 찾아가면 좋겠다. 봄의 정령들이 찬란한 미성리 들녁을 걸어 다리를 건너 그렇게 혜원의 집을 방문하고 싶다.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돌아오고 싶다. 그래서 내가 가르칠 <가톨릭 사상>의 부제는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를 찾아서"(Finding my own Little Forest)가 될 것이다.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 때로는 긴 기다림과 땀이 필요한 시간, 말 그대로 '겨울이 와야 정말로 맛있는 곶감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을 새내기들과 함께 맞이하고 싶다. 중고등학교의 긴 입시교육을 마치고 대학에 들어온 이들에게 '기다릴 줄 알아야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음'을 가르치며 그들을 위해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싶다. 


어떤 재료로, 무엇을 요리할까? 제때 나는 싱싱한 자연 그대로의 섬세함과 인정, 공감,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불안한 마음을 들여다보며 계절이 변하는 그 시간을 인내하며 우리만의 요리, 우리 각자의 솜씨로 준비한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웃고 싶다. 

"나도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야겠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나 역시 나만의 작은 숲(Little Forest)가 필요하니까. 더불어 함께, 그 작은 숲을 찾고 거기에서 만나는 것이다. 힘든 세상에서 더욱 절실한 작은 숲, 우리가 만나는 더불어 숲, 생명이 주는 온기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그런 리틀 포레스트 공동체를 꿈꾼다. 가자, 리틀 포레스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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