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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부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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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U에서 168시간

대구가톨릭대학교(DCU)로 이사오고 일주일(168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짐정리 뿐만 아니라 인성교육원 오리엔테이션과 자율전공 교수회의도 있었다.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낯설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잘 모르겠다. 다만 내게 주어질 일이 쉽지 않고, 모든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 뿐이다. 지방대학의 위기, 신입생 수의 감소와 그에 따른 충원율 감소로 미달 사태가 예상되는 있는 이곳은 동기 신부의 말대로 전쟁터와 다름 없다.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최고 가치대로 모든 것이 경쟁이니 그 속에서 (촌놈은) 당황스럽다. 모든 이에게 차별없이 내리는 비와 햇살은 이곳에서 제 힘을 못쓰는 것 같다.


자율전공 정시합격 학생 몇 명과 통화를 했다. 합격 축하와 더불어 왜 자율전공을 선택했는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전화기 너머 열아홉 살 목소리가 떨린다. 삼십년전 나를 소환해 낭만과 자유, 희망과 꿈을 이야기하고 싶지만 아직은 이르다. 혼자 이런 말을 한다. 


너희가 믿을만한 (나이 든) 삼촌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부터 이곳은 너희의 새로운 집(home)이다. 나는 너희와 같이 걷고 싶다. 이야기 나누고 울고 웃으며 같이 걷고 싶다. 나는 이미 너희를 좋아한다.




비가 내리는 오후, 캠퍼스를 뛰다가 걷는다. 앞으로 내가 살 곳, 내가 걷고 웃고 뛸 곳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 알고 싶었다. 몸으로 풍경과 냄새, 분위기를 지나치고 싶었다. 캠퍼스를 달리며 땅을 딛고 똑바로 뛰고 제대로 숨을 쉬고 고개를 든다. 이름 모를 건물과 인사하고 낯선 풍경에 웃고 날 붙잡는 경비원 아저씨와 인사하고 계속 뛴다.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은 새롭다. 미리 판단하지 않고 그저 그 안에서 나도 새롭기를!


'다시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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