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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 연구 1

대가대 신입생들과의 동행

"저는 김천에 자주 가요. 김천을 좋아하거든요!"


우주인의 말을 듣고 있던 나는 물었다.


"김천이 고향인가보지?"


어색한 순간이 잠시 이어졌다. 


그리고 우주인이 빵~하고 터졌다.


"교수님, 김천은 김밥천국이에요."




우주인과 소통하려면 갖추어야 할 것이 많다. 지구인으로서 갖출 수 있는 지식보다는 상황판단능력, 우호적인 순간보다는 어색한 분위기에서 잘 처신해야 한다. 


우주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 때에는 기다려야 한다. 대화가 끊어진 무중력 상태에서 버텨야 한다. 어색한 순간을 견디지 못하거나 산소부족으로 호흡이 가빠지는 것을 참지 못하고 아무 말이나 막 던지거나 그냥 크게 웃어 버리면 무중력 상태는 더 길어진다. 참고 기다리면서 상황의 전후관계를 파악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도무지 모를 때는 멋쩍게 웃으며 겸손하게 모르는 것을 물어야 한다. 


우주인이 표정이나 행동으로 말할 때는 더 어렵다. 만일 우호적인 우주인이 있다면 물어보는 것이 최선이다. 소통에도 컨닝이 필요한 순간이다. 지구어를 최대한 활용해 봐도 이해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약속을 해 놓고 나타나지 않는다거나 방금 전까지 연락을 했는데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우주인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일도 있다. 미리 판단하는 것, 비아냥거리며 냉소적으로 말하는 것, 질책하는 것을 우주인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보다는 우주인과 함께 해야 한다. 보폭을 맞추며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순간은 프레셔스(precious) 그 자체다. 몇 주 전부터는 우주인 몇 명과 달리기를 시작했다. 내가 할 줄 아는 몇 안되는 것이 우주인에게 관심이 있었는지 같이 달려보고 싶다고 하길래 매주 수달(수요일 달리기)을 한다. 지구의 중력이 버거운 그들은 곧잘 숨을 쎅쎅 내쉬지만 그래도 함께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다행이다.


베트남에서 온 우주인도 있다. 한국어가 서툰 두 우주인과 베트남 음식점을 찾아가 일단 쌀국수를 먹는다. 고향 음식은 수만마디 말보다 낫다. 나도 한때 외국에 유배갔던 적이 있었다고 말하며 동질감을 느끼게 만든다. 다행히 베트남도 중국말을 우리처럼 역사적으로 써 왔기에 중국말로도 간단한 소통이 가능하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 하나. 가위 바위 보가 베트남에도 있다. 그래서 피자 한 조각을 남기고 누가 먹을지 결정하는 게임으로 가위 바위 보를 했다. 거의 비슷한 손 모양으로 '하나 둘 셋'에 가위 바위 보를 냈는데 내가 졌다. 그랬더니 우주인들이 또 웃었다. 


우주인들에게 중간고사 시험을 치게 만들었다. 정해진 시간에 지구인이 내는 질문을 한국어로 잘 적어서 내도록 말이다. 그게 상당히 어려웠던가 보다. 나름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우주인 무리는 상처를 받았고, 별로 시험을 개의치 않는 우주인들은 쿨(cool)하게 백지답안지를 냈고, 대부분은 끙끙 앓았다. 


우주인에게 행복이 무얼까, 지구라는 행성에서 대학이라는 곳을 다니며 무얼 느낄까? 아직 모르겠다. 두 달이 다 되어지만 여전히 우주인은 미스테리(mystery)다. 


지구에서 우주인답게 살 수 있도록, 인간다운 인간답게 도와줄 수 있기를 바라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주 한 복판에서 바라보는 지구라는 푸른 별이 아스라이 먼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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