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경기를 보다가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인간들의 동화책에서만 나온다
만약 그들이 바다에서 경주를 한다면?
미안하지만 이마저 인간의 생각일 뿐
그들은 서로 마주친 적도 없다
비닐하우스 출신의 딸기를 먹으며 생각한다
왜 백 미터 늦게 달리기는 없을까
만약 느티나무가 출전한다면
출발선에 슬슬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가
한 오백년 뒤 저의 푸른 그림자로
아예 골인 지점을 지워버릴 것이다
마침내 비닐 하우스 속에
온 지구를 구겨넣고 계시는,
스스로 속성재배 되는지도 모르시는
인간은 그리하여 살아도 백년을 넘지 못한다
이원규 <속도>
'더 빨리(Faster), 더 높이(Higher), 더 힘차게(Stronger)'는 올림픽 구호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가고 싶은 인간의 욕구는 실은 '상대방보다'가 포인트다.
아무리 느려도 상대방보다 빠르면 승자가 되고, 아무리 힘이 쎄도 상대방이 더 쎄면 패자가 된다.
이런 점에서 태권도 같은 경기를 보고 있으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대련으로 점수를 따는 경기는 상대방의 약점을 알고 그곳을 효과적으로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공격하면 이길 수 있다. 그렇지 못하다 하더라도 상대방보다 어떻게든 낫다면 이길 수 있다.
뭔가 이상하다. 인간끼리 경쟁하는 것, 상대방보다 나아야 하는 점이 운동 자체의 즐거움을 감소시키는 것은 아닐까.
경기란 원래 경쟁을 기초로 성립되는 것이지만 상대방보다 나은 속도와 높이, 힘만을 강조하다보면 경기 자체의 아름다움은 줄어들고 효과에 바탕을 둔 기술만 늘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태권도는 대련만이 아니라 품새, 격파, 발차기 등 다른 분야에서 실력을 보이는 것도 가능할텐데 그저 눈앞에 상대방을 이기는데 집중하는 것이 아쉽다. (태권도 경기가 힘쎈 아이들 싸움처럼 보이는 것은 나 뿐일까?)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127년 만에 올림픽 구호가 바뀌어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와 더불어 '다 함께(Together)'가 추가된 점이다.
다 함께 운동하면, 상대방보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를 넘어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