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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출판사와의 관계

첫출간을 하며

작가와 출판사와의 관계는 밀고 당기는 애증관계다.


처음 원고를 보내고 잊을만할때 쯤 출판사에서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마치 대학입학시험에서 합격 소식을 듣는 것처럼 기뻤다.


그리고 진행된 일련의 일들은 한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것들이었다.


계약서 작성은 그렇다 치더라도 편집자가 일단 대략적으로 정리해 보낸 초고를 받아보니 숙제 검사를 받는 초등학생의 심정이었다. 잘한 것보다 지적받은 것, 못한 것이 빨간펜으로 선명한 곱표가 쳐진 것처럼 눈에 확 들어왔다.


고쳐서 보낸 것 가운데 받아들여진 것도 있지만 끝내 편집자의 벽을 넘지 못한 것도 있다. 사실 글을 쓸 줄만 알았지 전문가로부터 구체적인 평가와 조언을 듣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그후 인용에 대한 구체적인 지적, 사진에 나오는 사람들 초상권 문제, 표지 디자인까지 매번 나의 새가슴은 생각보다 크게 뛰었고 숨쉬기 힘든 때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책 가격을 결정할 때 마음이 가장 무거웠다.


마음 같아서는 별 볼 일 없는 내 책을 만원 정도라도 받고 팔 수 있다면 더없이 기뻤겠지만 출판사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컬러 사진이 많이 들어가고 분량도 늘어서 이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을 받아야 수지가 맞는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았다.


"누가 이런 책을 그렇게 비싸게 주고 사 보겠습니까?"하고 반문했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내 목소리는 작아졌다.


출판사는 회사다. 이윤을 내야 하는 회사가 자선사업을 할 수는 없다. 다 아는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최선의 방법을 찾는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저 미안하고 조심스런 마음으로 몇몇 제안을 했었고, 결론은 지금 눈앞에 있는 책이다.




분도출판사는 오랫동안 가톨릭교회 출판사로 명성을 쌓아왔다. 내가 신학교에서 읽을 수 있었던 많은 신학서적, 영성서적이 분도출판사에서 나온 것이다. 책을 통한 복음선포의 사명감 없이 영리를 목적으로 했다면 볼 수 없었을 책도 참 많다.


그런 이름있는 분도출판사에서 어떤 사제의 에세이를 출판하겠다고 결정을 한 것은 처음에는 내게 놀라운 일이었다.


'남미의 해방신학 같은 책을 출판하는 분도가 내 책을 출판하겠다고?'


그후 출판사 담당 신부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분도출판사의 새로운 시대로의 변화를 알 수 있었다.


나로서는 못난 글을 알아봐주고 출판을 결정하고 편집하고 디자인해서 책으로 인쇄되어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고 감사할 뿐이다.


그 모든 과정에서 성심껏 일을 해 준 편집자의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많은 일을 맡기고 마음 아프게 한 적도 있어 미안할 뿐이다.


분도출판사의 재무상태는 잘 모르지만 내 책으로 인해 회사에 손해를 주고 싶지는 않다.


나 역시 돈 벌자고 쓴 글이 아니지만 회사는 그렇지 않으니 이제 장사가 잘 되길 빌어야겠다. 그래야 분도출판사 직원들도 좋고 분도수도회도 좋고 나도 좋으니 말이다.


"1쇄 1000부는 다 팔려야 적자를 안 봅니다." 


출판사 담당자가 내게 한 말이다.


이제 여러분에게 도움을 청한다.


가장 손쉬운 책 구입 방법은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하는 방법이다. 분도출판사,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에서 주문할 수 있다.


가판대에서 만날 수도 있다. 성바오로서원, 가톨릭출판사와 성물방, 교보와 영풍문고 등에서도 다음 주부터는 구입할 수 있다.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있고 별 말을 다 하게 된다.


살아있다면 계속~ 팔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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