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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모음이다

여름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몸은 모음이다. 온 우주가 모아진 내 한 몸이다. 
The Korean word for body means a gathering. The whole universe gathers into my one body.


내 한 몸 어쩔 줄 몰라 당황스러운 경우가 종종 있다. 멀쩡하던 허리가 욱씬거리고, 머리가 아프고, 눈이 침침해지고, 손발이 붓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몸에게 관심을 주기 시작한다. 사후대처가 대부분 그렇듯 아프기 시작한 몸을 회복하는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돈도 명예도 인기도 내 한 몸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자기 몸을 소중히 여기고 잘 다스릴 줄 알아야 다른 일도 할 수 있다. 자기 한 몸 건사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다들 수고 많았다. 이제 에어컨 바람에서 벗어나 바깥 바람을 쐬며 숨을 크게 들이쉴 때가 왔다. 삶의 속도와 방향을 바꾸어야 할 때다. 


한 여름 동안은 달리기도 속도를 늦추었다. 햇볕이 강렬한 때에는 뛰지 않고 해가 진 저녁에 뛰거나 등산, 자전거 타기로 대신했다. 하지만 어제 오후 늦게 바깥을 달려보니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미 가을이 느껴진다.


10월 24일 주일, 대구가톨릭대학교 하양 효성캠퍼스에서 '살아있는 사람 17' 마라톤을 열기로 했다. 살아있는 사람으로 마라톤에 참가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대학교 교직원과 학생들도 초대할 계획이다. 가능하면 인근 무학고등학교와 효성초등학교 학생들도 같이 하면 더 좋겠다.


나의 일년은 살아있는 사람을 기점으로 나뉜다. 


매년 마라톤을 준비하기 시작하면 잠시 멈춰 지난 한해를 돌아본다. 그리고 어김없이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것을 생각한다. 일년이 어느새 지나가버려 세월이 무상하다. 


사람은 시간을 넘어설 수 없다. 그저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성실하게 살아내는 일이 전부다. 


다시 온 우주를 모아 내 한 몸 돌봐야겠다. 결국 내가 하는 모든 일,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도 내 한 몸에서 시작해 내 한 몸으로 끝나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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