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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일

가톨릭평화방송 인터뷰

9월 16일(목)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하여 인터뷰를 하였다. 전화 인터뷰는 처음이라 많이 떨렸는데 다시 들어보니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다. 인터뷰 전문과 유투브에 공개된 녹음 파일을 편집해서 싣는다.


평범한 사람이 비범한 영웅 되는 마라톤


긴장과 도전, 한계...달리면서 많은 것 깨달아


한계나 어려움 느낄 때 달리면 어느새 마음이 ‘말랑말랑’


16년 째 ‘살아있는 사람’들과 가난한 나라 어린이 돕기 자선 마라톤


2022년 5월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 기념 마라톤 기획


운동이든 신앙생활이든 일단 신발 신고 밖으로 나가세요!


[인터뷰 전문]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지난해 마라톤 코스를 직접 설계하고 대회를 열었던 사제가 있습니다. 코로나로 위험에 처한 해외 선교지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였는데요.


16년째 ‘살아있는 사람’이란 이름으로 이웃과 함께 나눔을 위한 마라톤을 해온 대구가톨릭대 교수 김성래 신부가 그 주인공입니다. ‘살아있다면 계속 달려야 한다’는 김성래 신부 전화로 연결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성래 신부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코로나 상황에서 마라톤 대회를 직접 열고, 「살아있다면 계속 달려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책까지 쓰셨어요. 달리기가 그냥 달리기가 아닌 것 같은데, 신부님께 마라톤이란 무엇인가요?


▶저는 마라톤을 한계에 도전하는 절정의 경험, 혹은 과거와 미래가 현재에 녹아드는 시간. 그리고 평범한 사람이 비범한 영웅이 되는 전장과 다름이 없다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달리기가 주는 깨달음이나 가치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달리기를 통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부족함도 넘어서려고 하고, 타인과 하느님께로 향하는 사제로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달리기는 저에게는 제일 행복한 순간이거든요. 머리가 복잡할 때 혹은 마음이 무거울 때 달리기 시작하면 아주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면서 원래 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건 하느님이 저를 아주 아끼고 제가 그 자리에서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그 안에서 평화도 휴식도 얻을 수 있습니다.


▷마라톤 대회에 나가야만 달리기의 참맛을 안다고 하셨는데요. 혼자 달려서는 맛볼 수 없습니까? 어떤 맛인가요?


▶혼자 달리는 것도 좋습니다. 그런데 대회에 나가게 되면 혼자서는 깨닫지 못하는 것들을 알게 됩니다. 마라톤이라는 대회를 내가 하나 정해놓고 준비하고 시합에 참여해서 얻는 긴장, 도전, 한계 그리고 마라톤 끝에 얻게 되는 완주 메달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사람과 함께 뛸 때 느낄 수 있는 집단적 체험이라는 아주 특별한 체험이 있습니다. 우리가 혼자 방에서 음악을 들어도 좋겠지만 콘서트에서 같은 음악을 함께 듣는 것과 비슷할 것 같아요.


▷지난 16년간 참가한 마라톤 대회도 수없이 많을 것 같은데요, 어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셨는지요?


▶국내에서는 경주, 춘천, 제주, 구미, 청도 마라톤을 뛰었고요. 그리고 국외에서는 미국에서 보스턴, 뉴욕, 시카고, 클리블랜드 그리고 한국에 있을 때 일본에서 도쿄마라톤, 후쿠오카 마라톤을 뛴 적이 있습니다.


▷마라톤을 하다 보면 부상도 적지 않고 뛰다 보면 통증의 고통이 없을 수가 없는데요. 다치신 적은 없으셨어요?


▶마라톤에서 고통이 주는 의미가 있죠. 피해갈 수 없는 고통을 내가 왜 스스로 찾아서 하는지는 사람들마다 답은 다르겠지만 그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거는 어떤 면에서는 마라톤이 주는 희열을 느끼기 위한 준비단계라고 생각이 됩니다.


▷마라톤 레이스를 인생에 많이 비유하는데요. 달리다 보면 숨이 멎을 듯한 극한의 고통이나 한계가 오는데 혹시 사제의 삶, 사목자로서의 삶을 사시면서 한계나 어려움을 느끼실 때는 어떻게 하십니까?


▶저는 무조건 달립니다. 한계나 어려움이 크면 클수록 더 달리죠. 몸이 지치고 탈진할 때까지 뛰고 나면 마음이 말랑말랑해집니다. 이렇게 달리기로 땀과 호흡을 내보내면서 스트레스나 걱정이나 미움 이런 걸 밖으로 내보내고 나면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사제로서 더 잘 살기 위해서 달린다고 하셨는데요. 혼자가 아니라 이웃들이 함께 뛰며 나눔을 실천해오셨어요. 그간 신부님과 함께 뛰고 나누는 ‘살아있는 사람’, 몇 분이나 되나요? 함께하신 분들은 어떤 분들이셨나요?


▶사람들은 ‘살아있는 사람’이 어떤 조직이 아닌가 하고 물을 때가 있는데요. 조직이라기보다는 매년 한 번 마라톤을 함께 합니다. 이메일을 보내서 초대하면 사람들이 그날 나와서 가난한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서 자신의 시간과 땀, 정성을 모읍니다. 그리고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많았는데 유모차를 타고 출전한 5세 어린이부터 70대 어른까지 그리고 젊은이, 수녀님, 신부님, 장애인, 신자, 비신자 모두 같은 마음으로 뛰었고요. 2005년부터 16년 동안 달린 사람을 다 헤아려 보니 1146명이었습니다.


▷1146명의 ‘살아있는 사람’들이 함께한 마라톤과 나눔의 경험이 궁금합니다.


▶처음 2005년에 뛰기 시작할 때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서였고요. 제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배고픈 어린이들을 만났는데 그중에 사라(Sara)라는 어린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를 돕기 위해서 달릴 때마다 돈을 모았고 이후에 그것이 볼리비아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어린이 돕기로 발전을 했습니다. 그래서 매년 뛸 때마다 사람들에게 사라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마음으로 후원을 받아서 달리고 난 다음에 감사미사를 바칠 때 봉헌금으로 그것을 냅니다. 그러면 그 돈을 모아서 전부 마다가스카르, 볼리비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으로 보내왔는데요. 지난 16년 동안 보낸 돈을 제가 계산해 보니 1억 6000여만 원 정도 되더라고요.


▷‘살아있는 사람’ 마라톤 나눔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참가자들을 꼽자면 어떤 분이 계세요?


▶처음 기억나는 분은 마다가스카르에서 만난 임마누엘 수사님이십니다. 인도에서 사랑의 선교회에 입회해서 마다가스카르로 와서 10년 넘게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 헌신하신 그 모습이 살아있는 예수님 같았습니다. 그리고 2015년에 제주 마라톤을 달렸는데 그때 수도복을 입은 수녀님 세 분이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셨어요. 그것도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부분입니다.


▷내년에 조심스럽게 꿈꾸는 마라톤 대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마라톤인가요?


▶2022년 5월 8일 주일이 김수환 추기경님이 태어나신 지 100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래서 이날을 기념해서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 기념 마라톤 대회를 추기경님 생가가 있는 경북 군위 김수환 추기경 사랑나눔 공원에서 한 번 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 가을에도 17번째 살아있는 사람들의 마라톤을 이어가신다고요? 어떻게 참여할 수 있습니까?


▶대구가톨릭대학교 하양 효성캠퍼스에서 10월 24일 주일에 ‘살아있는 사람’ 17번째를 열 계획입니다. 누구도 참여할 수 있는데 이번에 아마 대구가톨릭대학교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많이 참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인데 이런 상황에서 마라톤과 신앙생활 좀 어떻게 생각해 보세요.


▶뛰면서 깨닫는 것은 아무리 우리에게 힘든 일이 닥치고 어떤 일을 할 수 없는 수많은 이유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운동도 신앙생활도 일단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야 시작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적어도 이틀에 한 번 내가 걷기를 시작을 하면 이 몸이 우리에게 주는 깨달음과 기쁨이 큰 선물이 된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누구나 다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이웃들과 함께 달리며 나눔을 실천하는 마라토너 사제, 김성래 대구가톨릭대 교수 신부님 만나봤습니다. 인터뷰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디오 인터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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