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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학과 학생들에게

8월 마지막 밤에 지도교수가 보내는 편지

보고 싶은 간호학과 학생들에게


8월의 마지막 날에 여러분을 생각합니다. 뜨거운 대학생으로 첫 여름방학을 즐겁게 보내고 학교로 돌아와 친구들과 만나 반갑게 웃고 있었을 여러분을 생각합니다.


특별히 오늘 <가톨릭 사상> 수업을 하면서 첫학기 첫수업 시간에 제 수업에 와 앉아 있었던 여러분이 떠올랐습니다. 


저를 모르는 간호학과 학생들을 위해서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김성래 신부입니다. 지난 학기 <가톨릭 사상>으로 여러분 가운데 절반의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아마 '시험을 어렵게 내는 신부', '이상한 과제를 내는 신부'로 여러분에게 알려져 있을 수도 있겠지만 여러분 모두를 늘 기억하고 응원하는 교수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발생으로 병원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압니다. 그런데 안다는 것은 실제로 체험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병원의 수녀님들, 신부님들, 의사와 간호사들이 지금도 병원에서 최선을 다해 조금이라도 상황을 낫게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모습을 생각하면 미안하고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동시에 우리 간호학과 학생 여러분도 피해자라는 것을 압니다. 9월말까지 간호학과 비대면 수업 전환으로 인해 정든 캠퍼스로 돌아올 이유가 없어졌고 그 때문에 모든 수업을 비대면으로 듣게 되었으니 방학은 끝났지만 개학은 아직도 오지 않은 것이지요.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우리 병원은 팬데믹 상황을 집단적으로 체험하고 이겨낸 병원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선배 간호사들은 전장의 가장 치열한 장소에서 간호사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사람들을 지켜낸 경험을 가진 유일무이한 전문가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원하지는 않았지만 병에 맞서는 일, 사람을 살리는 일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코로나19가 어서 지나가 우리 모두가 이 시기를 안주거리 삼아 이야기 할 수 있는 때가 어서 오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학교에 오지 못하고 길어진 방학, 늦어진 개학을 보내고 있을 간호학과 학생 여러분, 아쉽지만 인성캠프를 통해서라도 여러분 모두를 만날 수 있어 반갑습니다. 가능하면 인성캠프 하루 체험 프로그램에 많이 참석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학교 캠퍼스에 와서 여러가지 활동을 통해 다른 학생들과 멘토들, 신부님들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천둥이 치고 비가 쏟아지는 밤, 암흑이 짙어질수록 작은 빛이 더 커진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미래를 위한 최고의 간호사들 역시, 이 어려움과 시련의 시기를 거름 삼아 더 빛나는 나이팅게일의 불빛이 되리라 믿습니다. 모두 평안하기를 바랍니다.


2021년 8월 마지막 밤에

간호학과 인성캠프 지도신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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