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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습니다!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마르 10,44)

대구대교구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범어대성당이 완공되고 처음으로 사제서품식이 그곳에서 열렸습니다. 


오랫동안 성 김대건 기념관에서 사제서품식이 있었는데 범어대성당 제대에 부복한 후배 사제들을 보니 마음이 짠하고 감동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첫 사제서품식 후 무언가 부족한 것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깨끗하고 멋진 성당에서 훌륭한 음악과 전문 성악가의 화려한 성인호칭기도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후배 사제들을 위해 선배 사제들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마치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손님같이 신랑 신부를 축하하면서도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다음해 사제서품식에서는 영성체 후 모든 사제단이 일어나 반주 없이 새 신부님들을 위해 노래를 한곡 불렀습니다. 


신상옥 씨의 곡 ‘내 발을 씻기신 예수’ 였습니다. 


같은 스승이신 예수님의 섬기는 삶으로 초대하는 마음을 담아 비록 모자라고 부끄러운 선배 사제들이지만 종으로서의 삶으로 용기있게 나서는 후배들과 함께 목숨마저 내 놓을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말입니다.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마시는 잔을 마시며, 예수님께서 받는 세례를 받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제자들은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사제직이 무엇인지 알고 사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결혼생활도 마찬가지겠지요. 


우리는 매일 아직도 잘 모르는 사제생활, 결혼생활, 독신생활을 살아가면서 ‘할 수 있습니다’하고 마음을 다잡고 용기를 냅니다.


그럴 때마다 같은 길을 충실히 용기있게 걷는 이들이 함께 해 주어 고맙고 힘이 납니다.  


<오늘의 묵상>

비록 모자라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어 말합니다. “할 수 있습니다!”


교구설립 100주년 기념 범어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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