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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발

'살아있는 사람 17' 감사미사

2년 가까이 우리 곁에서 우리를 괴롭혀온 코로나 바이러스를 생각하면 모두가 공감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에게 병과 죽음의 공포를 가중시켰습니다. 그래서 마스크 착용, 면회 및 집합금지,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 되었고, 어떤 나라는 통금, 국경 봉쇄나 이동금지 조치도 취했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사람 사이의 만남과 접촉이 위험하게 여겨지는 세상에서 거리두기로 인해 마음이 멀어지고, 활동 부족으로 인해 건강을 잃고 더 나아가 정서적 고립, 경제적 부담 가중, 우울증과 자살증가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어느 사회학자의 말처럼, 고통뿐인 세상에서 ‘얼굴 없는 인간’이 되었습니다. 


이제 여러분, 옆 사람의 얼굴을 한번 살펴 보십시오. 똑같은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눈에서는 빛이 나고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한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달리기를 통해 몸을 움직이면서 되찾은 우리의 얼굴입니다. 달리 말하면, 달리기를 통해 병과 죽음의 공포를 이기고, 사람사이의 거리두기를 넘어서고, 숨을 헐떡이고 땀을 흘리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살아있는 얼굴을 되찾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는 20년 전 이곳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열린 청년대회 미사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으로의 여행입니다. 생각한 것을 느끼고 마음에 새기는 것이 참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러분이 머리나 가슴이 아니라 특별히 ‘발’에 주목하기를 청합니다. 여러분이 5킬로, 10킬로, 심지어 20킬로미터를 갈 수 있도록 가장 큰 역할을 한 발이 대단하지 않습니까? 대견하게 바라봐 주십시오. 평소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살았던 발이 없다면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끼는 것을 실천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신영복 선생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가장 먼 여행이 남아 있습니다. 가슴에서 발까지 여행이 그것입니다. 발은 여럿이 함께 만드는 삶의 현장입니다. 수많은 나무가 공존하는 숲입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가슴에서 다시 발까지의 여행이 우리의 삶입니다. 머리 좋은 사람이 마음 좋은 사람만 못하고, 마음 좋은 사람이 발 좋은 사람만 못합니다.” 


발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이것이 오늘 여러분이 체험한 달리기의 묘미입니다. 흔히들 머리로 생각하면서 말만하고, 실제로 아무것도 잘 느끼지 못하는 세상에서 여러분은 발을 통해 생각하고 느낀 것을 실천한 것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의 말씀 그대로입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의 발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15) 


여러분은 발 좋은 사람들, 살아있는 사람들입니다. 흔히 말하듯 제때 제대로 살지 못하고 죽은 듯 사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여러분은 볼리비아와 카자흐스탄의 어린이들을 위해 땀을 흘리며 죽을 듯 뛰는 것을 통해 참으로 살아있음이 무엇인지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체험한 새로운 길을 매일 살아갑시다. 자주 걷고 뜁시다. 발을 자주 움직임으로써 땀을 흘리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건강해 질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발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머리로의 여행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 여정에서 다른 사람을 기억하고 자신의 것을 내어주면서 더 나아가 헌신까지 할 수 있다면, 이것은 세상을 거꾸로 사는 ‘복음의 기쁨’을 여러분에게 가져다 줄 것입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아름다운 발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은 전교주일입니다. 세상에 기쁜 소식을 전하는 길은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매력적인 사람은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 영감을 주는 사람, 도움이 되는 사람입니다. 달리기를 통해 우리에게 생기가 넘치고, 남을 돕기 위해 땀을 흘리면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신앙인이 된다면 우리는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바로 살아있는 복음의 기쁨입니다. 


Running for Sara, ‘살아있는 사람 17 DCU’는 406명이 참가신청을 했고 70명의 봉사자가 도움을 주었습니다.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사라를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마음 한 몸이 되어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원하는 신청자들의 참가를 다 받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습니다만 내년에는 더 많은 살아있는 사람이 함께 할 것을 기대합니다. 


우리가 오늘 시작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아름다운 발걸음들이 이제 가슴으로, 그리고 머리로 옮겨갈 것을 믿습니다. 


그래서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시작된 작은 숲, 리틀 포레스트는 바로 여러분이 사라를 기억하며 달리면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복음의 기쁨을 전하는 사랑과 봉사의 전당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은

살/아/있/는/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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