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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imagine)

대학신문 기고

21세기가 시작되던 2000년 3월 대구가톨릭대학교에 신학생으로 왔습니다. 하양 신학교가 효성캠퍼스에 세워지면서 신학생 2-3학년이 처음으로 대학교 안에서 살게 된 것입니다.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일반 대학생들과 함께 듣는 교양 수업, 교내식당에서의 점심, 축제, 축구대회 참가 등 신학생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펼쳐졌습니다. 다양한 체험과 만남을 통해 2년동안 행복한 대학생활을 했습니다. 그때도 은행나무길의 노란 잎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20년전 대구가톨릭대학교 은행나무길에서 신학교 동기들과 함께


20년이 지나 대구가톨릭대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신학교 건물과 이웃한 사제관으로 왔는데 두 건물 사이의 거리는 불과 20미터 밖에 안되지만 오는데 20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신학생이 사제가 되었고, 학생이 교수가 되었고, 젊은이가 장년이 되었습니다.


마음은 그대로인데 둘러보면 많은 것이 변한 것 같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캠퍼스를 달리면서, 영천 나자렛집에 미사를 가면서 20년 세월을 보고 느낍니다. 삶의 무게와 인간에 대한 성찰로 은행나무길의 노란 잎이 쓸쓸하고 찬란하게 보입니다.


여러분은 20년 뒤 어디에 있을까요? 상상할 수 있나요?


상상력(imagination)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같은 처지에서라도 상상력이 있는 사람은 현재에 매몰되기보다 상상력을 발휘해 미래를 꿈꾸고 희망을 발견할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20년 뒤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 상상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서 무엇인가를 실천한다면 상상은 허황된 꿈으로만 남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대학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을 즐겁고 풍요롭게 만드는 상상력을 마음껏 키우고 발휘하면 좋겠습니다.


20년 뒤, 저는 20년 전 오늘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시작한 또 다른 상상의 결과를 마주하고 있을 것입니다. 놀라우신 하느님(God of Surprise)께서 이끄시는 삶이라는 모험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겁을 내면서도 신나게 소리 지르고 있을 것입니다.


상상한대로 사는 것, 때론 두렵지만 호기심을 가지고 용기를 내면 삶이 풍요로워집니다. 돈 한푼 들지 않는 상상으로 천만금보다 값진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늘 그렇듯 상상한 것보다 훨씬 재미있을 것입니다.


“삶은 모험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Life is either a daring adventure or nothing)” Helen Keller(1880-1968)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신문 1263호 <Look Around> 코너 기고 요청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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