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신부수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마음의 감기를 조심합시다!

영화 <남편이 우울증에 걸렸어요> 후기

우울증에 걸릴 것만 같은 세상이다. 코로나19는 2년 가까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고, 날마다 늘어나는 감염자나 중증환자 숫자는 매번 마음을 콩닥거리게 만들고, 어쩌다 아는 사람이 확진이 되었다고 하면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강박성 노이로제와 스트레스가 넘쳐나는 세상에 갇힌 우리는 하고 싶은 일도 하지 못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볼 수 없고, 매일 불확실하고 어두운 뉴스만을 들어야 하니 우울증에 걸릴 것만 같다.


실제로 우울증에 걸린 남편 츠레의 이야기를 자전적 만화로 그리고, 그것을 영화로 만든 <남편이 우울증에 걸렸어요>는 그래서 더 현실적이며 마음에 와 닿는다.



'마음의 감기'라는 우울증이 어느날 츠레에게 덥치자 츠레는 자신이 버려진 쓰레기처럼 쓸모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늘 정해진 일상에서 성실히 살아가던 그에게 매일 싸던 도시락을 싸지 못하게 되는 사건은 우울증이 심해지고 있음을 뜻했다.


남편을 믿고 응원하는 아내 덕분에 용기를 내어 회사를 그만 두지만 우울증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마치 그들이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 이구아나처럼 우울증에 걸린 남편은 차가운 냉혈동물처럼 가까이 있지만 멀게 느껴지고 안아줄 수도 없는 어쩔 수 없는 사람이 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동네 골동품 주인이 츠레 아내에게 준 메이지유신 시대의 꽃병을 보며 중요한 것을 깨닫는다. 그것은 '깨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도 존재의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때부터 아내는 츠레에게 '너무 무리하지 마',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꼭 뭔가를 하지 않아도 돼'하며 다독이고 위로하기 시작한다. 늘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츠레에게 빈둥거리며 낮잠 자는 법을 가르쳐 주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쉬지 못하고 달리기만 하는 우리 모습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츠레와 아내는 그렇게 힘든 일년을 같이 보내고 이년만에 결혼동창회 모임에 나가게 된다. 아내를 위해 용기를 내어 무리하는 츠레를 보며 아내는 그제서야 그들이 했던 결혼서약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당신은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풍족할 때나 가난할 때나 이 남자를 사랑하고 존경하고 아껴주고 이 남자에게 힘이 되겠습니까?"


이제 이 둘은 진정한 부부가 되었다. 그저 곁에 있음으로 서로 행복을 발견한 것이다. '츠레'라는 말의 뜻이 '동반자'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제 이 둘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인생의 동반자가 된 것이다.


동반자의 믿음과 사랑 덕분에 츠레는 차츰 우울증을 이겨낸다. 그리고 츠레 아내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부끄러움 없이 책으로 써낸다. 책이 출판되고, 마침내 츠레가 사람들 앞에서 고백한다.


"병에 걸린 것, 약점이 있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참하고 부끄러운 모습도 제 모습입니다. 때론 그렇게 인정할 수 있는 제가 약간은 자랑스럽습니다."


우울증은 자기 자신이 쓸모없다고 느끼는 병이다. 때론 마음의 감기가 너무 심하게 들면 세상에 혼자만 남겨진 것 같아 죽음을 선택하기도 하는 무서운 마음의 병이다. 


그리고 이 병은 완치가 되지 않는다. 늘 주변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고 자기 자신을 계속 살펴야 한다.


하지만 감기는 누구나 걸린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마음이 위축되고 우울한 우리에게 마음의 감기는 더 쉽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럴 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츠레 아내가 깨달은 것처럼 깨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괜찮으니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함께 있어 주는 것이 아닐까! 신영복 선생이 '함께 맞는 비'에서 한 말처럼 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누가 내 옆에 함께 있다는 사실보다 더 큰 위로는 없을 것이다. 그저 옆에 함께 말없이 있어주는 것이 필요한 때다. 


그런 마음이 전해지면 마음의 감기는 나아지고 자신의 모습에 조금씩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일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감염과 죽음을 걱정하는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마음의 감기가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모두가 힘드니 그만 죽는 소리하고 일어나라'고 다그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완치될 수 없는 마음의 병을 어떻게 해서든 고쳐보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다.


츠레가 말하는 것처럼, 오히려 이 골치 아픈 병과 잘 지내보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자신을 만나기 위한 최선의 방법임을 우리는 잊고 사는 것 같다. 


우리는 우리 각자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 살아가는 것은 어떻게든 골치 아픈 나 자신과 잘 지내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니까. 남이 어떻게 하는지, 혹은 남이 어떻게 하라고 하는지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나가야 한다. 그것이 슬프고 힘들어도 그래야 한다. 그럴 때 마음의 감기를 떨쳐낼 수 있는 면역력을 키울 수 있으니까. 


영화는 다음의 대사로 끝난다.


"어떤 밤도 새벽이 없는 밤은 없다. 비록 새벽이 흐릴지라도 밤보다는 밝은 법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무궁화 타고 떠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