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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에 머물다

고독에로의 초대

세상은 소음으로 가득하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뉴스, 광고, 노래로 침묵은 사라져 버렸다.


사람사이에도 자기주장, 비난, 영혼없는 공감, 듣지 않고 말하기로 인해 감정의 벽이 높아져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를 기울이게 하고 감동을 주는 삶이 있다. 그런 삶은 마음으로 전달되는 떨림과 영혼을 흔드는 울림이 있다.


떨림과 울림을 주기 위해서는 비어 있어야 한다. 사람사이, 시간사이에 빈 공간이 있어야 소리가 공명되어 제대로 전달된다. 


그런데 우리는 그 사이를 만들지 않는다.


사이란 무엇일까? 사람과 사람사이의 공간, 그때와 지금 사이의 시간, 곧 적당한 거리가 있는 공간과 시간이다.


자기 안에서 거리를 확보하는 일은 자기 자신과 대화가 가능한 거리, 즉 객관적 자아인식을 말한다. 이런 사이는 침묵과 고독 안에서 가능하다.


설연휴를 앞두고 우리는 거리 조절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과 친지가 언제 어디서 갑자기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거리를 넘어와 나를 건드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묵은 감정, 철 지난 이야기, 과거의 잘못, 예민한 문제가 적당한 사이 안에 있지 않으면 우리는 불안해지고 그 덕에 방어적이게 된다. 그러니 연휴는 나의 사이를 찾고 그 사이에 머물러야 하는 때다.




누구도 외로움을 원치 않지만 고독함은 외로움을 감당할 수 있을 때 가능해진다.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 안에 머물 때 느껴지는 떨림과 울림이 있는데 그것이 필요하다.


고독 속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 듣지 못했던 것, 느끼지 못했던 것을 만나게 되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자신만의 콘텐츠(내용)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용기가 있다면 떨림과 울림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


시대를 읽는 눈과 사람을 이해하는 깊이는 자신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다. 스스로 공명하여 떨림과 울림을 만들어내는 인간은 다른 사람에 공감하고 세상을 좀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참된 인간이다.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고독으로 들어가자.


나와 타인, 지금과 다른 모든 시간을 가르는 사이에 머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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