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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이 문제다

욕구와 욕망의 차이

오늘 복음에는 배에 탔는데 빵을 가져오는 것을 잊어버려 '빵이 없다'고 수군거리기 시작하는 제자들에게 하시는 예수님 말씀이 나온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마르 8,15).


먹고 사는 문제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다. '빵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쳤던 그 때처럼, 우리도 한때 너무 가난해서 굶어죽었던 때가 잊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제 세상은 바뀌었다. 굶어죽는 사람은 더 이상 없고 절대적으로 가난한 사람은 보기 드물다. 물론 아직도 하루의 양식을 벌기 위해 폐지를 줍거나 일용직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 시대의 빵이란 먹고 사는 것을 포함한 그 이상의 것, 예를 들어 집, 직장, 인권, 평등, 정의와 같은 것들이다. 이같은 빵에 대한 욕구는 물질이 풍요로워질수록 인간의 욕망을 통해 자라나고 더 다양화 되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경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경제대통령을 원하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욕구보다 훨씬 큰 욕망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오히려 정직하고 성실하며 사람에 대한 연민이 있는 지도자가 더 시대에 적합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정신은 필요한 것을 획득할 때보다 필요 이상의 것을 획득할 때 한층 더 흥분한다. 인간은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을 바라는 욕구의 창조물이 아니라 삶에 필수적이지는 않은 것을 바라는 욕망의 창조물이다." 가스통 바슐라르


그래서 욕망은 인간을 흥분시키고, 그래서 더욱 욕망하게 한다. 결국 빵에 대한 욕구는 욕망으로 나아가고 인간을 삼킬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오늘 1독서에서 야고보 사도는 말한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욕망에 사로잡혀 꼬임에 넘어가는 바람에 유혹을 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욕망은 잉태하여 죄를 낳고, 죄가 다 자라면 죽음을 낳습니다"(야고 1,14-15).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빵이 없다고 수군거리지 말고, 먼저 깨달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한 채 빵만 추구하다보면 우리는 빵의 노예, 욕망의 노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너희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느냐?"(마르 8,21)하고 우리 눈을 바라보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은 야고보 사도의 말을 우리가 알아듣기를 바라시는 것은 아닌가 싶다.


"나의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착각하지 마십시오. 온갖 좋은 선물과 모든 완전한 은사는 위에서 옵니다. 빛의 아버지에게서 내려오는 것입니다"(야고 1,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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