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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부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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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비

떠난 친구를 기리며

"아내의 다리에 통증이 생기면 내가 아프다."라는 말이 있다. 


아내가 없는 나로서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적어도 요 며칠 나는 그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고 있다.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어떤 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황망해서 말을 잊지 못하는 그 틈에 바이러스는 무방비의 몸을 공격해 비집고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허~참!


말을 하지만 말이 아니고 밥을 먹지만 밥이 아니다. 살아있다는 것이 사치고 치사다.


누구도 입밖으로 내뱉지 않는 말이 있으리라.


'하느님은 대체 왜 이러시나? 왜 착하고 소중한 사람을 이렇게 데려가나?'


아침 9시에 봄비가 내렸다. 반갑지 않은 비, 만개한 벚꽃잎을 다 떨어트려 내리는 미운 비, 봄날 맞는 겨울비처럼.


같은 시간, 홀로 위령미사를 봉헌했다. 떠나간 형제이자 친구를 기억하며 내리는 빗물 속에서 눈물로 성체를 들어올렸다.  


사랑한다는 말은 '너는 죽지 않아'라고 하는데 시인 윤동주는  <별헤는 밤>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의 시를 읽은 친구가 마지막이 너무 슬프게 끝난다고 하자 윤동주는 다음의 구절을 덧붙였다고 한다. 


마치 떠난 친구가 오늘의 너와 나를 위해서 남긴 마지막 말처럼.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안녕,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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