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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인이다

코로나 격리 분투기

나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지난 수요일 확진 판정을 받고 오늘로 6일째 격리 중이다.



국민 세 명 중 한 명이 걸렸다는 오미크론에 확진되고 나니 나도 일반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나는 괜찮을 것만 같던 착각, 건강에 대한 자만을 돌아보게 된다. 바이러스 감염에 예외는 없다.


갑작스런 격리로 인해 모든 수업은 비대면으로 전환하거나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해야 했고, 교리나 모임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멈췄다.


방 안에 혼자 있는 것은 견딜만 하다.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 초에도 두달 반을 혼자 지냈다.


하지만 몸이 갇혀 있다는 것은 큰 도전이다. 격리로 인해 몸과 마음의 괴리가 커져간다. 정신적 한계와는 다른 물리적 한계가 느껴진다.


매일 맨몸운동을 하지만 밖으로 나가 뛰고 싶다. 나는 집동물이 아니라 야생동물이기 때문이다. 벽이 없는 곳에서 뛰어야 하는데 갇혀 있으니 몸과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는 자연인이다. 그저 먹고 쉬고 앉아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움직이고 뛰면서 변해가는 존재다. 시간이 흐르듯 자연이 변하듯 나도 변해야 하는데 시간을 따라가지 못하니 변하지 못하고 마음만 저 혼자 이리저리 방 안을 뛰어다니는 형국이다.


아마 격리를 체험한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지도 못했던 단절과 소외를 통해 위기를 느끼며 민낯으로 마주해야 하는 작은 자신을 보며 쓸쓸함과 연민을 갖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보니 나처럼 격리된 다른 네 신부님들 역시 같은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 위로가 된다.


무엇보다 누구와 같이 밥을 먹고 싶다. 혼자 입으로 쓸어 넣는 음식이 아니라 마주 앉아 대화와 정을 나누면서 먹고 싶다. 결국 우리는 함께가 아니면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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