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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수업

몸과 마음의 건강

이번 학기 새로운 수업을 시작했다. 이름하여 <활기찬 몸과 영성>!


대구가톨릭대학교로 발령을 받고 온 첫해 2021년을 보내며 모든 사제들이 공통적으로 가르쳐야 하는 교양필수 <가톨릭사상>이나 <직업윤리> 외에 새로운 교과목을 계발해서 가르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람은 자신이 가장 잘하고 가장 열정을 가지는 일을 하게 되는 법, 그래서 나는 몸을 움직이는 일을 수업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학생들이 한 학기동안 몸을 이해하고 돌보고 움직여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을 목표로 '활기찬 몸과 영성(Body and Spirituality to the Full)'이 탄생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몸! 하지만 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올바로 사용하지 못해 우리 몸은 아프다. 몸의 원리와 몸과 마음의 관계, 몸을 움직임으로써 실제로 체험하는 일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하다. 


더 나아가 몸의 신비와 성(Sex)을 통해 드러난 몸의 아름다움, '몸의 신학'을 고찰함으로써 내가 가진 몸의 의미를 깨달으면 삶은 풍요로워진다.


'활기찬 몸과 영성'은 몸의 현존이 필수이므로 반드시 '대면수업'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머리로 치는 필기 시험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의 식생활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30일 몸 개선 프로젝트', 규칙적인 운동을 몸에 배게 하는 '10주 운동 프로젝트'를 실시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과연 이런 이상한 수업에 학생들이 올까?'하는 기대반 걱정반으로 교양선택 수업을 개설했는데 두개 반 모두 정원 50명을 다 채웠다. 이상한 학생들이다.


지금 나는 학생들이 낸 식생활개선 30일 몸 개선 프로젝트를 읽고 있다. 학교 보건소에서 각자 인바디 측정을 하고 보건소장 수녀님과의 면담 후에 30일동안 야식 끊기, 아침 꼭 먹기, 금연, 물 충분히 마시기, 6시간 이상 자기 등 다양하고 기발한 프로젝트를 모두 하나씩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학생은 7명이 한 조가 되어 이틀에 한번 걷기와 뛰기를 혼합해서 앞으로 10주 동안 운동을 시작했다. 앱으로 조원들끼리 운동 상황을 공유하고 일주일에 한번씩 같이 모여서 뛰거나 등산을 하며 팀웍을 키운다. 나는 조장들로부터 이 모든 상황을 보고 받고 평가한다.


오월에는 모든 학생들이 참여할 10킬로미터와 20킬로미터 마라톤 대회를 수업으로 준비하고 있으니 적당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머리를 쓰기보다 몸을 쓰라고 강조하며 시험을 치는 대신 몸으로 떼우는 수업, 이상한 학생들과 이상한 사제가 만난 이상한 수업이다. 그런데 재밌다! 


오늘도 활기찬 마음으로 수업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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