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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을 앞두고 묻는다

의미에 대한 재탐색

"픽션은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알지만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가 워커 퍼시가 한 말이다. 나는 이 말을 다음과 같이 인용하고 싶다.


"교육은 학생이 모르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대신 학생이 알지만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실 요즘 학생들은 똑똑하다. 지식은 가득하고 기술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 이런 학생들에게 전문 지식과 기술만 가르치고자 한다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잘못된 교육이 될 것이다.


그보다는 학생들이 알지만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어떨까. 다른 말로 하면 '의미에 대한 재탐색'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선생이라는 이름으로 대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 목적이나 목표에 대한 이해와 결의를 다지는 것. 학생들이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어디로, 무엇을 향해 나아갈지 파악하게 돕는 것이 선생의 첫번째 역할이리라. 그들은 선생을 통해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꿈꾸는 세상에 대한 눈을 떠야 한다. 곧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의 파도에서 서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둘째, 사람 또는 시간을 통한 자기 확장을 이루는 것. 학생들은 자신을 폭넓은 집단이나 과거 및 미래 세대와 같이 묶을 수 있는 자기 확장이 필요하다. 공부를 통해 더 넓은 세상에 대한 안목을 키우고 인간에 대한 진지한 이해로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며 이를 통해 자아를 확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기 삶에 대한 해석을 가지는 것. 우리는 모두 자기 삶으로 이야기를 쓰고 있다. 나만의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축적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존재 의미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는 것이 선생이 가르쳐야 하는 일이다. 


만일 내가 대학생들에게 이번 학기에 무엇을 가르친다면, 그것은 '자기 확장과 각자의 인생을 해석하는 것에 관한 각주'일 것이다. 


학생들이 자신만의 멋진 내러티브를 수업 중에 시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갑자기 마라톤을 뛰기 시작해도 되고, 철학자가 되어도 되고, 여행자로 길을 떠나도 좋으리라. 그 외에 과제나 시험은 자질구레한 일이 될 것이다.


현재 대학생들과 비슷한 2003년에 태어난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이런 말을 했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등교 거부 운동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활기도, 친구도 없었고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섭식 장애에 시달리면서 집에 혼자 앉아 있었다. 지금은 그 모든 게 사라졌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겐 피상적이고 의미 없어 보이는 세상에서 의미를 찾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세상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는다면 이런 뜻이 아닐까.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는 것, 뛰어들 가치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오래전에 보았지만 오랫동안 내 안에 남아있는 다큐멘터리가 하나 있다. 넷플릭스의 <스시 장인: 지로의 꿈>이다. 10명의 손님만  받을 있는 도쿄의 작은 스시집에서 평생을 스시 하나만을 위해 살아온 지로, 그는 85세의 나이에도 완벽한 맛을 구현하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 지로는 어릴 때 너무 가난해 집을 떠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난 이제 더 이상 돌아갈 집이 없다.' 대신 그는 스시 장인의 길을 선택하고 몰두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고 반해서 평생을 헌신했던 것이다. 그것이 그의 성공 비결이며 동시에 명예롭게 사는 길이었다.


우리 학생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일에 몰두해서 장인이 되는 길을 나서면 좋겠다. 


최선의 마음으로 매일 같은 것을 반복할 줄 아는 장인이 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자 선생이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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