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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알바 보고서

나의 추석연휴 마지막날

어떤 일은 반드시 끝내야하는 시점이 있다. 오늘 하루 아르바이트가 그렇다.


내일이면 긴 추석연휴가 끝나고 모두들 각자에게 주어진 일을 새로운 다짐으로 맞이할테고 다소 혼란스럽고 짜증이 날지도 모르는 순간에 연휴 마지막날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지는 않다.


오늘 오전 10시 30분에 핸즈커피 경산점으로 출근해서 오후 10시 30분에 마감을 했으니 12시간 일을 하고(물론 저녁에 1시간 30분동안 나만 저녁을 먹으러 나갔지만 손님 18명을 유치하기 위한 일이었기에 업무의 연장으로 보고) 지금은 11시가 훌쩍 넘긴 시간이지만 브런치를 열었다. 아마 가장 늦은 시간에 쓰는 글이 될 것 같다.


몸은 무척 피곤하지만 마음은 흐뭇하다.


무슨 대단한 일을 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지극히 단순하고 사소한 일이지만 상상을 현실에서 만나고 오래되고 단단한 나를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였기에 그렇다.


나는 늘 사제가 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제로 사는가에 대한 질문을 해 왔는데 그 하나의 모습을 오늘 마주했다.


어떤 모습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될 수 있어야 하는, 모든 이에게 모든 이가 되어야 하는 사제의 한 모습을 하루내내 새겼다.


쿠키반죽을 25g 떼어 내어 모양을 만들고 230 오븐에서 3 30 동안 두번 구어내는 일이나 손님에게 주문을 받고 거스름 돈을 내어주는 일이나 설걷이와 뒷정리를 하는 일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길을 운전해 가서 아파트  앞에 주문한 것을 배달하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쿠키가 웃고 있는 것 같다^^

낯선 일을 하면서도 배우려는 마음을 잃지 않고 시도해 보는 것은 내 안에 갇히지 않고 타인에게로 향하는 하나의 방법이면서, 사제란 이런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나를 포함해서)에게 저럴수도 있는 하느님의 사람이 되어보는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함께 하자는 나의 초대를 받고 기꺼이 먼데서 달려와 먹고 마시고 웃고 시간을 보내준 고마운 친구들이 있음을 체험했기에 나는 혼자가 아님을, 선한 마음은 있는 그대로 좋다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사소한 것, 작지만 아름다운 것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오늘 밤은 슈퍼맨도 아기처럼 자겠다.


잠시 쉬는 시간에 마시는 에스프레소 한잔은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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