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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300

"OOO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 알림

구독자 300을 눈앞에 두고 있다.(현재 298명이다) 


그런데 구독자 수가 아주 천천히 늘어나기에 언제 300이 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독자 300'이라는 글을 쓰는 이유는 구독자 300이 단순히 구독자 300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이나 400도 아닌 300의 의미를 말하라면, 스파르타를 지킨 불멸의 병사가 300이었다는 사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가 (너무 많은)300이라는 사실, 그리고 월급을 300정도 받는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만은 아니다.


블로그를 하던지, 유투브를 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구독자는 아무 말이 없지만 늘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존재다. 솔직히 인스타나 페북에서 누가 라이크(Like)나 하트(Heart)에 무관심 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브런치에서도 구독자는 글 쓰는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며 때론 창작자를 좌지우지하는 신이 되기도 한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구독자 수가 쉽게 늘었다. 글의 내용이나 글 쓰는 사람이 싱싱했고 열정에 차서 아는 사람들을 초대하기도 했으니 숫자는 그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쓰는 글의 수만큼 작가의 열정도 줄면서 "OOO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라는 알림은 가물에 콩 나듯 아주 드문 일이 되어버렸다.


<살아있다면 계속 달려야 합니다>라는 글을 연재하기 시작한 2020년 6월부터 구독자 200을 넘기는 데는 6개월도 걸리지 않았는데 그로부터 신규 구독자 증가 속도는 둔화되더니 요즘은 한달에 한명도 늘지 않을 때가 있다.


'구독자 300'이라는 제목의 글을 3개월 전에 써서 '작가의 서랍'에 넣어두었다가 오늘 우연히 꺼내 읽어보니 앞으로 기다리기만 해서 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300에서 둘이 모자란 숫자이지만 300을 기다리고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것이 작가의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아 어쨌든 이어쓴다.


구독자 300이 된다고 내 삶이 달라질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지만 어떤 일에 마음을 두고 열심히 갈고 닦는데 조금의 진보라도 이루지 못한다면 그것은 퇴보하는 것과 다름없으니 나는 무의미한 글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자 먼저 그 선을 넘어보자 싶었다.


때론 이게 뭐라고, 아무도 묻지도 않고 요구하지도 않는 걸 계속 써대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그러다 종종 별 내용 없는 글로 수천개의 하트를 받는 전문 작가를 보면 나는 단 300명으로 페르시아 수십만 군대를 맞서 싸우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This is Sparta!"라고 혼자 방에서 소리 치지는 않겠다.(옆방 신부가 놀랄테니) 


그렇지만 별 볼 일 없는 글이 세상에 나올 때 300명이 브런치 알림을 받고 0.2초 동안 글쓴이와 제목을 보고 누군가 나름 잘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흐뭇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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