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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

브런치 찬가

브런치는 나의 해방일지다.


속으로 삼키고 부끄러워 말하지 못하는 것들도 글로는 쓸 수 있다. 어떤 글은 '작가의 서랍'에 있다가 소멸되지만 많은 글은 작가의 해방을 세상에 알리는데 한 몫을 한다.


그동안 내성적이어서, 혹은 부끄러워서 일일이 전하지 못한 소식과 마음 속 느낌을 글로 옮기면 종종 나의 부끄러움을 묻어 둔 무덤에서 봄이 오면 파아란 잔디가 피어나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 나름의 해방을 꿈꾼다. 무엇으로부터의 해방, 굴레로부터의 탈출, 미래를 향한 현실로부터의 도피 등이 우리가 해방하고자 꿈꾸는 것들이다.


나 역시 나의 굴레, 나의 습관, 나의 죄, 그리고 나 자신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꾼다. 이래야 하고 저것을 마쳐야 하고 강해야 하고 뚜렷해야 하고 무엇보다 다워야 한다는 모든 것에서 해방되고 싶다. 


그래서 나도 해방클럽 지원서를 들고 서 있는 것 같다. 적어도 해방클럽에서는 행복한 척, 불행한 척 하지 않고 정직하게 보려고 노력하니까.


먼저 껍데기에서 해방되고 싶다. 그래도 되는 것들, 보여주기 위한 것들, 남들처럼 해야 하는 것들의 껍데기를 벗어 버리고 싶다. 


대학 1학년 때 읽었던 신동엽 시인의 시,  <껍데기는 가라>를 떠올린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醮禮廳)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漢拏)에서 백두(白頭)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이 밤 껍데기는 떠나보내고 스스로를 추앙해본다. 


내가 너무 사랑스러워 미칠 것 같은 마음으로 나를 향해 사랑의 장미를 보낸다. 그래서 몇 초라도 웃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엄마가 없으면 어른도 슬프고 우는데는 용기가 필요함을 되새기며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추앙하고 싶다. 못난 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당신을 채우고 싶다.


브런치는 묻고 대답하고 또 묻고 또 대답하는 나의 해방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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