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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기억

대구국제마라톤

처음 뛰어본 대구국제마라톤 코스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국채보상공원에서 시작해서 동신교를 건너 범어네거리를 거쳐 수성못까지, 그리고 신천동로를 따라 성북교 방향으로 내려갔다가 턴해서 골인하는 멋진 코스였다.


대구라는 도시를 경험할 때 대구 중심의 국채보상공원과 범어네거리의 번화가, 지상철 3호선, 수성못 벚꽃, 아름다운 신천 강변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코스를 따라 1만 5천여명이 함께 뛰어가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장관이었다.


날씨도 초봄치고는 상당히 따뜻해 아무 걱정없이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스펀지로 목을 시원하게 할 수 있었다.


다만 큰대회를 참가해 본 경험에 따르면 급수대에서 물을 컵이 아니라 물병 하나를 가져가게 해 엄청나게 낭비한 점, 관객으로 둘러싸인 골인라인의 혼잡, 메달을 걸어주지 않고 다른 기념품과 함께 분출한 것 등이 아쉬웠다. 무엇보다 멋진 마라톤 대회를 함께 한다는 러너 집단의 동질감의 경험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 숙제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청도마라톤 이후 처음으로 참가한 대회였다. 그동안 2020년 코로나 발생 이후 직접 <살아있는 사람> 마라톤 대회를 주최하면서 마음놓고 뛸 수 없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오롯한 참가자로서 즐길 수 있었다.


<활기찬 몸과 영성> 수업을 통해 만난 학생들도 2명은 10킬로미터 완주, 2명은 하프마라톤을 완주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몸은 늘 자기중심인 것도 체험할 수 있었다. 한참 연습할 때는 풀코스 연습으로 30킬로를 거뜬히 뛸 수 있었는데 그동안 단련을 소홀히 했더니 하프마라톤 21킬로미터를 뛰는데도 죽는 소리를 해대는 것이었다.


감기에 걸렸고 오른쪽 발목이 일주일 전부터 아프기 시작하여 압박붕대를 감고 뛰었다. 혹시 중간에 멈추면, 아파서 다 완주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하는 걱정을 하는 자신을 보며 하프가 마치 풀코스 마라톤처럼 커 보이게 만든 몸의 간사함에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오랜만에 몸에게 심한 잔소리를 하며 복종의 시간을 가지게 했더니 하프를 뛰고도 대견스러웠다. 기록은 1시간 43분 41초!


달린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함께 살아있음을 체험하는 대회는 언제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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