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달리기를 하면 살이 빠지나요?' 1

당신의 동물적 본능에 충실한, 뛰어난 동물이 되라. D.H. 로렌스


달리기를 하면 확실히 살이 빠진다. 달리는 사람 가운데 뚱뚱한 사람을 보기 어려운 것이 증거다. 달리기는 몸의 모든 부분을 사용하는 전신운동으로 꾸준히 하면 살이 빠지고 근육이 늘고 피부가 좋아진다. 그래서 건강만이 아니라 외모를 가꾸기 위해 달리기 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결국 인간은 살이 찔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의 몸은 음식 부족이라는 도전에 대처하면서 진화했기 때문에 몸은 자연스럽게 남는 연료(대부분 지방)를 음식을 못 먹을 때를 대비해서 저장한다. 그것도 기분 좋은 포만감으로 포상까지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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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엘 리버먼은 인간이 진화한 자연선택의 우선순위가 일반적으로 건강보다 번식이기 때문에 ‘우리는 건강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구석기 시대 수렵채집인은 주기적인 식량 부족에 직면했고 몸을 많이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남는 지방을 저장하고 틈날 때마다 쉬도록 진화했다.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대부분의 다이어트와 운동 프로그램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우울한 말이지만 한편으론 이해가 된다. 그래서 체중을 줄이는 일이 그렇게 어려우며, 운동을 하고 난 뒤에는 더 맹렬한 식욕이 몸이 잃은 열량을 섭취하려고 애쓴다는 사실을 말이다.




인간은 달리기에 적합한 생명체로 진화했다. 우리의 머리 뒤쪽에는 다른 유인원들에게 없는 적당한 크기의 목덜미 인대가 있다. 이 인대가 하는 일은 딱 하나다. 달릴 때 머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일이다. 최초의 인류는 아프리카 평원에서 치타처럼 빠르지도, 사자처럼 힘이 있지도 않았다. 그래서 인류는 진화 과정에서 직립보행을 선택함으로써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두 발로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그것으로 우리 조상들은 네 발 보행의 속도, 힘, 민첩함을 포기하는 대신 수 백만 년 뒤 도구 제작자와 오래달리기 선수로 진화했다.


네 발로 달리는 것에 비해서 두 발 달리기는 엄청나게 에너지가 많이 소모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선택한 이유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작열하는 열대의 태양 아래서 열을 적게 받는 데다가 땀을 흘림으로써 달리기 속도와 달릴 수 있는 거리를 대폭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니나 자블론스키는 말한다. "인간을 오늘날의 인간으로 만든 것은 그저 그런 오래된 별 매력 없는 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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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발 동물들은 대부분 헐떡임으로써 몸을 식힌다. 심하게 헐떡거리면서 달린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대형 동물은 15킬로미터도 달리지 못하고 지친다. 하지만 거의 맨살에서 물기 있는 체액이 스며나오는 우리의 몸은 땀이 증발하면서 몸을 식힘으로써 우리를 일종의 살아있는 에어컨으로 만든다. 울트라 마라토너가 적당히 서늘한 날에 96킬로미터 이상을 지속적으로 달린다면 땀으로 배출되는 수분의 양만 9킬로그램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몸의 진화와 더불어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동물보다 더 빨리 달리기보다 더 오래 달리는 것이 적합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합심해서 사냥감을 공격하고 지칠 때까지 몰아가거나 상처 입은 먹이가 쓰러질 때까지 계속 쫓아갔다. 거기다가 인간이 가진 먹잇감을 쫓는 추적에 대한 열정은 그들을 쉬지 않고 달리게 만들었다. 그들은 피로와 고통을 느낄 때 조차도 추적과 탐험, 승리에 대한 열정으로 멈추지 않았다. 이처럼 달리기는 생존을 위한 활동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몸에 새겨진 사냥의 본능과 쾌감을 일깨운다.


하지만 30억년에 걸쳐 다듬어진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는 현대에 들어 문화적 진화에 의해 압도당하고 있다. 인간은 더 이상 달리기에 적합한 생명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해가고 있다. 오히려 달리는 인간이 더 이상하게 보이는 세상이 되었다. 인간이 선택한 현대의 생활방식과 익숙해진 생활습관은 사람의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과체중과 운동부족이다. 좀 더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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