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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의 수제맥주

혼인 전날

금요일 오전 10시 혼인 리허설을 위해 신랑 신부의 부모님과 가족, Maid of Honor와 Best Man이 모였다.


본격적인 혼인의 여정이 시작되는 순간, 나는 십여명의 사람들을 작은 원으로 초대해 한국에서 준비해간 한국 성모자상을 중앙에 놓고 말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심은 혼인을 앞둔 신랑 신부의 사랑, 부모님의 기도, 친구의 우정을 통해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거룩한 성모자상으로 우리와 함께 하며,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심을 잊지 말라는 뜻으로 부부에게 선물합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서로 사랑하여라'는 예수님 말씀을 읽고 신부 부모님부터 돌아가면서 혼인을 앞둔 오늘의 소감을 나누었다. 신랑의 아버지 매튜는 사랑하는 아들과 새로 얻은 딸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 모두를 눈물짓게 했다.




리허설 끝난 후에 마크를 만났다. 존 캐롤 대학을 다닐 때 대학원생으로 함께 교목처에서 일했던 친구를 미국을 떠난 후에 다시 만난 것이다. 옛 친구와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을 걸으며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유명한 Top of the Hill이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진짜 어매리칸 버거를!


오후 4시 신랑 신부의 새 집으로 조촐한 파티를 하러 갔다. 혼인식을 위해 신랑 브랜트는 직접 세 종류의 맥주를 담그었고 손님들에게 대접했다.


수제맥주를 만들어본 나로서는 그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특별한 날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맥주를 담그고 그는 하루하루 효모가 자라는 것을 보면서 그의 사랑도 키웠을 것이다. 잔디 깎을 때 마시면 좋다는 'Lawn Mower Lager'는 시원하고 담백했다.


가족과 가장 가까운 친구들을 초대해 혼인식 전날 여는 조촐한 파티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냥 모르는 사람들이 혼인날 만나서 혼인식과 파티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신랑 신부의 새집에서 가볍게 술 한잔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사하는 시간은 누구도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 첫번째 혼인을 주례했던 커플은 리허설을 마친 금요일 저녁에 작은 식당을 빌려 비슷한 파티를 했었다. 커플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한 뒤 한사람 한사람에게 직접 쓴 카드와 선물을 나누었는데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결혼 전날 늦은 오후, 에밀리와 브렌트의 새 보금자리 차고 앞에 앉아 신랑이 담근 수제맥주를 마시며 푸드 트럭으로 온 치즈 케익을 디저트로 먹는다.



존 캐롤 대학을 졸업한 옛 친구들도 만나니 좋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웨딩 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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