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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몫

약대 국시 100일 합격 기원미사

우리는 마르타입니다. 염려와 걱정이 많은 마르타입니다.


우리는 걱정할 것들이 참 많습니다. 날이 추위지면 추위 걱정, 부모 걱정, 진로 걱정,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 불편한 사람들과의 관계 걱정 등 모든 사람에게 걱정은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국시 시험이 걱정이죠? 어떻게 100일을 살아내야 할지 걱정될 것입니다.


같이 걱정을 걱정해 봅시다. 우리는 걱정을 너무 많이 합니다.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보십시오. ‘걱정했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그러면 대부분 대답할 것입니다. ‘걱정했던 일들이 걱정한대로 일어난 적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걱정하는 일의 90%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너무 걱정하는 우리가 걱정스럽습니다. 친구와 좋은 관계에 있으면서도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우리, 온갖 좋은 것을 먹고 열심히 운동을 하면서도 아플까 걱정하는 우리, 좋은 학교에 다니면서도 진로를 걱정하는 우리, 다른 사람의 시선을 걱정하는 우리, 모든 일에서 실패를 걱정하는 우리.


늘 걱정하는 자신을 보며 걱정하는 우리, 걱정이 없어서 걱정하는 우리, 걱정하기 위해 걱정하는 우리, 정말 걱정이 나를 집어삼킬 때까지 걱정하는 우리는, 걱정이 너무 많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목숨을 부지하려고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또 몸을 보호하려고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마라...너희 가운데 누가 걱정한다고 해서 자기 수명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느냐?...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마태 6,25-34). 


걱정은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걱정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말 걱정하려면 제대로 걱정하는 것이 낫습니다. 곧 걱정할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동안 열심히 걱정하는 것입니다. 대신 다른 시간에는 걱정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혼자 아무리 걱정해봐도 답이 없지 않습니까? 그럴때는 하느님과 함께 걱정하십시오. 그러므로 정해진 시간에 하느님과 함께 걱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매일의 기도’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국시를 준비하는 여러분에게 특별히 말씀드립니다. 앞으로 100일동안 매일 하루를 열심히 산 뒤 잠들기 전 10분동안 가만히 앉아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조용한 침묵 가운데 하느님과 함께 걱정해도 되고, 내가 보낸 하루를 돌아보고 반성해도 좋겠습니다. 그냥 멍 때리는 시간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도 바오로의 당부를 기억하십시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필리 4,6). 


바오로 사도의 말처럼,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여러분의 소원을 간구하면 됩니다. 


우리 삶에 감사할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지금까지 무사히 학교를 잘 다닌 것, 부모님이 아프지 않고 건강한 것, 신앙을 가지고 있는 것, 좋은 친구들이 있다는 것, 오늘 하루를 잘 보낸 것 등 감사할 것은 참으로 많습니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루카 10,41-42).


실상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입니다. 마르타의 분주한 마음을 내려놓고, 마리아의 차분한 마음으로 자신에게 귀 기울이고 더 나아가 내 삶의 의미까지 성찰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좋은 몫'입니다. 내게 주어진 것, 내가 지금 해야할 것이 가치있는 일임을 아는 것입니다.


침묵 가운데 내면의 소리를 듣고 왜 내가 지금 이런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곧 자신이 이 세상에 온 이유를 찾고 발견하는 시간이 된다면 마리아처럼 분주함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100일이 마늘과 쑥만을 먹는 쓴 시간이 되겠지만 거기에서 여러분 각자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성숙한 인간이 되는 시간이기에 참 좋은 몫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을 위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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