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국제마라톤
"승부는 거의 출발점에서 정해진다. 그게 마라톤이라는 스포츠다. ‘어떤 식으로 출발점에 다다르는가.’ 그게 전부다. 나머지는 42킬로미터의 코스를 통해 실제로 확인하는 작업일 뿐이다.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다시 경주국제마라톤에 도전한다. 2014년 이후 거의 십년만이고, 2017년 마지막 풀코스 마라톤 완주 후 6년만이다.
왜 다시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가?
적어도 나 자신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사람들이 '이제 오십이니 좀 천천히 뛰어라',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러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러오곤 했다.(탈장수술과 아버지 선종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살아있다면 계속 달려야 합니다>라고 스스로 말한 것처럼 나에게 살아있다는 건 뛴다는 것이고, 머물러 있지 않고 도전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이 오십에 몸과 마음으로 삼십대를 살아낼 수 있을지 실험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7월 중순부터 세달동안 쉬지 않고 연습했다. 더울 때는 밤에 뛰고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못 뛰면 다른 날 보충했다.
그렇게 출발점에 다다랐다. 이제 남은 것은 42킬로미터 코스를 통해 실제로 확인하는 작업 뿐이다. 중력은 나를 잡아 당기고 몸은 비명을 지르겠지만 그래도 한번 뛰어볼까 한다.
<비 그치다>의 사무라이처럼 나 자신을 수련하면서 많은 근심과 걱정을 베어버리는 마음으로 달린다.
이것이 주님이 나에게 주신 길임을 나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