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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지루함을 넘어

쇼펜하우어에게서 배우는 인생

우리 인생은 고통과 지루함을 오가는 움직임 사이에 있다. 빈곤과 결핍은 고통을 낳고, 안전과 과잉은 지루함을 낳는다. 고통과 끊임없이 투쟁하는 하층 계급이 있으면 지루함을 상대로 필사의 싸움을 벌이는 또 다른 계급이 있다.(쇼펜하우어)

여러분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고통에 가깝습니까, 아니면 지루해서 힘듭니까?


(빈곤과 결핍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나의 삶 역시 반복되는 일상에서 지루함을 견디는게 팔할이고, 지루함 때문에 아무나 만나거나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무엇보다 지루한 사람(설 연휴여서 그런지 지루한 삼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재미있고 덜 심각하고 마음이 열려 있고 단순하고 즐거운 사람이 되고 싶다.


마음이 어두운가? 그것은 너무 애쓰기 때문이라네. 가볍게 가게, 친구여, 가볍게. 모든 걸 가볍게 하는 법을 배우게. 설령 무엇인가 무겁게 느껴지더라도 가볍게 느껴 보게. 그저 일들이 일어나도록 가볍게 내버려 두고 그 일들에 가볍게 대처하는 것이지. 짊어진 짐들은 벗어던지고 앞으로 나아가게. 너의 주위에는 온통 너의 발을 잡아당기는 모래 늪이 널려 있지. 두려움과 자기 연민과 절망감으로 너를 끌어내리는. 그러니 너는 매우 가볍게 걸어야만 하네. 가볍게 가게, 친구여.(올더스 헉슬리 <섬>에서)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즐거운 사람은 언제나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데 바로 자기 자신이 즐겁기 때문이라고. 사실 우리가 인지하는 세계, 만나는 사람, 하는 일은 모두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와 감정을 넘어서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니 자신이 즐거운 사람은 세상도 다른 사람도 좋게 보일 수 밖에 없다.


고통과 지루함 사이에 갇혀 있지 않고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쇼펜하우어의 다음 말을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고상한 성격과 뛰어난 지능, 낙천적 기질과 쾌활한 마음, 강인하고 튼튼한 몸, 즉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사실은 인간의 행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본질)이다. 그래서 우리는 외적 재산(소유물)이나 외부의 명예(외면)를 얻기보다 위에 언급한 자산들을 얻고 불리는데 힘써야 한다.


쇼펜하우어는 이런 자산들 가운데에서 우리를 가장 직접적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는 바로 쾌활한 마음이라고 강조한다. 세상을 보는 눈,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쾌활하다면 행복에 무척 가깝다 할 수 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뒤에서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하고 자신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애써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남의 허물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도 있겠으나 그가 계속해서 바라보는 타인의 부정적인 모습은 그 자신을 얼마나 부정적인 사람으로 만드는지 그는 잘 모르는 것 같다.


가볍게 걷는 사람, 쾌활한 사람은 주변에 사람들이 모인다. 그 사람 자체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다른 사람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쾌활함을 찾고 유지할 것인가?


쾌활함에 가장 크게 공헌하는 요소는 돈이 아니라 바로 건강이다. 우리의 행복이 기분의 쾌활한 정도에 달려 있다면 쾌활한 기분은 건강 상태에 좌우된다.


건강한 사람은 움직이는 사람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한다.


삶은 움직임에서 만들어지며 삶의 본질은 움직임에 있다.


오늘 나는 얼마나 움직였는가 하는 질문은 오늘 나는 쾌활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 나아가 행복함을 위한 노력을 했는가 하는 질문과도 같다.


가만히 앉아서 과거에 있었던 일을 후회하거나 다가올 일에 대해 불안해 하기보다는 지금 움직이는 것이 쇼펜하우어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행복의 첫걸음이다.(연휴 마지막날이니 더욱 움직여야 한다.)


걱정도 후회도 일정 시간만 하고 끝내고, 대신에 하루하루를 각각의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현재의 시간을 오롯이, 되도록 편안하게 보내라고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우리 삶이란 계속 움직이는 가운데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다.


얼마전에 다시 시청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의 말이 떠오른다.


Beautiful things do not ask for attention(아름다운 것은 남의 관심을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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