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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걷는 법

즐거운 걷기

걷는다고 다 걷는 것이 아니다.


작년 초 강원도에서 걷는 법을 배우고 꾸준히 의식하고 걷기 시작한지 일년이 지나니 걷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걷기의 즐거움을 알 것 같다.


새로 걷는 법을 배우고 나서야 1센티미터 높아진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가슴을 펴고 척추기립근을 세우고 머리를 어깨에 제대로 얹은 후에야 세상이 참 평온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걷는 것 하나도 제대로 배워야 했는데 수십년동안 학교에서 무얼 배웠는지 이상할 뿐이다.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 이를테면 제대로 걷기, 마음으로 듣기, 진심으로 말하기 같은 것은 배운 기억이 없다.


그동안 제멋대로 걷고 원하는대로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하면서 살아온 것이 부끄럽고, 오십년 가까이 그런 나를 버텨준 내 몸에게 미안하다.


말도 한다고 다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말이 어디에라도 가 닿을 수 있으려면 점성과 상대를 놀라게 하지 않을 온기가 있는지 봐야 한다.


공허한 말, 차가운 말은 안 하는게 좋다. 자주 말 없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혹은 혼자만의 기도로 응원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그만의 사정과 넘을 수 없는 사람 사이의 간극을 바라보고 견디면서.


방에서 책을 읽으며 걷는다. 코로나 이후로 앉아서 책을 잘 읽지 못한다. 움직임과 읽기가 묘하게 어울리는 속도로 걸으면서 허리를 세우고 가슴을 펴면 읽는 글이 뇌 속에서 이리저리 부딪치다가 제자리를 찾아 앉는 것 같다.


나의 읽기는 걷기와 친구다.


제대로 걷는 법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머리를 최대한 목 뒤로 댕겨 어깨 위에 편안히 놓는다.
머리는 미간 사이에서 레이저가 평행으로 나가는 것처럼 한 상태에서 앞을 바라본다.
그러면 허리 바로 위 척추에 무게가 느껴지며 힘이 들어간다.
두발은 몸 가운데에서 나가는 상상의 선을 중심으로 두 무릎이 스치도록 앞으로 내면서 바닥을 디딜 때에는 뒤꿈치부터 평행이 되도록 지그시 땅을 밟아준다.(패션쇼에서 런웨이를 워킹하는 모델을 상상하면 된다.)
두팔은 앞뒤로 크게 흔들 필요없이 어깨 뒤로 빼 바지 재봉선에 맞추고 힘을 뺀다.
즐거운 마음으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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