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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꺾마

<활찬 4기>

올해 여러번 날씨와 친구하기를 원했으나 그녀는 새침했고 결국 내 뺨을 때리고 말았다.


11월 18일 토요일, <활기찬 몸과 영성> 수업의 클라이맥스인 마라톤 대회날이 밝았다. 아침 일찍 창문을 열고는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첫눈이다!


로맨틱한 첫눈이 어째서 11월 중순에 내리는지, 갑자기 20도 가량 떨어진 날씨는 왜 이리 추운지 냉랭한 날씨에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바람마저 세차게 몰아쳐 체감온도 영하 10도. 오전 8시 10분부터 학생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는데 모두 나를 원망스럽게 쳐다본다. 


'왜 그러셨어요?'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나요?' '정말 마라톤 할 생각은 아니시죠?' 모두가 말없이 한마디씩 한다.


할 말이 없었다. 이런 날씨에 무슨 마라톤이라니...


미리 공지했는데도 불구하고 반바지에 반팔로 나타난 학생들, 추위에 옷핀으로 배번호도 달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쨌든 준비운동을 시작했다. 몸을 열심히 풀어야 다치지 않으니 두배로 움직이면서.


오전 9시 정각, 서둘러 16킬로미터 주자들을 출발시켰다. 나는 늘 그랬듯이 자전거를 타고 따라갔는데 조산천 우레탄 길이 얼어서 빙판이 되어 있었다. 


아뿔사, 이건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일격이었다. 미리 알았더라면 마라톤 대회를 취소할만큼 중대한 사안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걱정스런 마음으로 학생들을 뒤따라가며 '조심, 조심, 넘어지지 않도록 살살 달리세요!'를 반복할 수 밖에. 


선생이란 사람이 제 학생들을 이 추위에 빙판길을 달리게 했으니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그래도 계속 달리는 학생들, 땀까지 뻘뻘 흘리며 달리는 학생들을 보니 나도 용기가 났다. 


중꺾마! 누군가의 배번호 응원문구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무언가를 위해 이렇게 죽을 힘을 다해본 적이 있었는가?'하고 스스로에게 묻듯이 뛰는 학생들의 마음이 내게도 와 닿았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면 목표에 다다를 수 있음을 모두가 믿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고 몸이 달아오르자 학생들은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 '자전거 좀 태워주세요'라며 애교도 부리고 투덜거리는 예의 그 학생들, 그러면서도 10킬로 혹은 16킬로 마라톤을 완주하고픈 간절함이 엿보였다.


그렇게 학생들은 다시 한번 자신의 한계를 넘었다. 


그리고 완주 후에 발견한 선물같은 살아있다는 느낌, 뿌듯한 감정으로 모두들 빛이 났다. 무엇보다 성취감으로 행복해 하는 얼굴들이 너무 좋았다. 


부모님께,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자랑했다는 그 말들속에 나의 안도와 감사도 담겨 있었다.


어느 학생이 말한 것처럼, 마라톤을 통해 남에게 맞추지 않고 자신만의 페이스로 가는 법을 배우고, 인생이라는 자신만의 마라톤을 깔끔하게 완주하기를 앞으로도 응원해마지 않는다.


중꺾마!


<활찬 4기>를 영상으로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중꺾마(활찬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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