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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부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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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씨

편지 속에 담긴 시(詩) 

그는 가볍다

벽이든, 벼랑이든, 지붕이든

먼 바다 너머 외딴 섬이든

어떤 시련에도

닿을 수 없는 곳이 없다


그는 작다

실금이든, 틈이든

난간이든, 요철이든

어떤 고난에도 

몸 깃들이지 못할 곳은 없다


그는 단단하다

구둣발이든, 군홧발이든

트럭이든, 포탄이든

어떤 비난에도

견디지 못할 것은 없다


그는 강인하다

아스콘이든, 콘크리트든

붉은 녹비늘이든, 유리조각이든

어떤 박해에도

뿌리 내리지 못할 곳은 없다


그는 집요하다

폭염이든, 혹한이든, 가뭄이든, 홍수든

혹은 몇년을 기다리든

어떤 재앙에도

기필코 생명을 지켜 낸다


그는 위대하다

눈길도, 환호도, 갈채도 끊어진

구석지고 후미진 곳이든

어떤 외면에도

오로지 생명의 웅장한 소명을 수행한다


오래된 상자에서 소중한 사람이 쓴 편지를 읽어봅니다. 그리고 그가 나에게 쓴 시(詩)가 축복으로 다가옵니다. 좋은 인연에 행복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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