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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님의 나라

성모승천대축일

오늘은 성모승천대축일입니다. 이날은 또한 우리나라의 광복절입니다. 하나는 천주교회의 대축일이며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의 경사로운 날이 같은 날이지만 오랫동안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지내왔습니다. 그러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성모승천대축일을 맞이했습니다. 미국에 이민가서 고국을 그리워하며 사는 한국 천주교 신자들은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봉헌하고, 지역의 모든 한국인들이 함께 모여 광복절(Liberation Day) 기념 행사를 크게 열었습니다. 천주교와 개신교 관계없이 모두가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해방되었음을 기뻐하고 축하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성모님의 큰 축복을 받은 나라, 성모님이 사랑하시는 나라입니다. 가장 큰 축제일에 가장 큰 기쁨을 한겨레에게 주시니 우리는 그 은혜를 두고두고 기려야 합니다. 이것이 다가 아닙니다. 한국교회의 주보성인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바로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이십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1831년 조선교구가 설정되고 초대 교구장으로 임명된 브리기에르 주교님께서는 박해 때문에 조선에 들어오지 못하고 중국에서 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이어 2대 교구장 엥베르 주교님은 박해를 피해 한국에 들어오는데 성공합니다. 대단한 열성으로 신자들을 사목하시던 엥베르 주교님께서는 1838년에 로마에 편지를 써서 조선의 주보성인을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로 정해 주시기를 청했습니다. 그전에는 성 요셉이 주보성인이었는데 이는 중국 북경교회의 주보성인이었고 조선이 그곳에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 엥베르 주교님께서는 1839년 기해박해 때 박해받는 신자들을 위해 스스로 관가에 출두하시어 순교하셨습니다.  

그로부터 이 년 뒤 1841년 그레고리오 16세 교황님은 이미 돌아가신 엥베르 주교의 요청을 받아들여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을 한국교회의 주보성인으로 선포하시면서 하나의 조건을 달았습니다. 성 요셉을 공동수호자로 맞아들이도록 말입니다. 그래서 한국교회는 두 분의 주보성인, 곧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을 모시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를 주보성인으로 모시고 있으니 한국교회가 얼마나 성모님의 사랑을 받겠습니까! 


1911년 조선교구가 서울과 대구로 나뉘어지면서 대구교구가 생겼습니다. 초대 교구장이신 드망즈 주교님께서는 대구에 오셔서 지금의 성모당 자리에서 성녀 벨라뎃다에게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르쳐 주신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대구교구 주보성인으로 선포하시고 다음 세가지 청을 드렸습니다. 하루빨리 신학교를 짓고, 주교관을 건축하고, 주교좌 계산성당을 증축하도록 성모님께서 도와주시면 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 성모당을 지어서 봉헌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던 어느날 파리외방전교회에서 오신 신부님이 갑자기 큰 병에 걸렸습니다. 드망즈 주교님께서는 다시 성모님께 청을 드렸습니다. 아픈 사제를 낫게 해 주시면 바로 성모당을 지어 봉헌하겠다고 말입니다. 다행히 성모님의 전구로 그 사제는 나았고 지금의 성모당이 1918년에 지어졌습니다. 그후 성모당은 대구대교구의 중심으로 기도가 끊이지 않는 교회의 심장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대구대교구도 성모님의 사랑받는 교구가 되었습니다. 


군위성당이 처음으로 세워진 날이 언제인지 아십니까? 1956년 12월 8일입니다. 그래서 군위성당의 주보성인 역시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이십니다. 우리 성당에서 우리와 늘 함께 하시는 성모님, 우리 성당 마당에서 늘 말없이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계신 어머니 덕분에 우리 성당 역시 성모님의 사랑받는 본당입니다. 


왜 성모님의 나라, 성모님의 교구, 성모님의 본당이 좋을까요? 첫째, 성모님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시며 어머니는 항상 자녀들을 위해서 기도하십니다. 누구보다 자녀를 사랑하십니다. 둘째, 성모님은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고통과 시련을 겪으시고 그 가운데에서도 인내하며 순종하신 신앙의 모범이십니다. 셋째, 성모님은 가장 위대한 인간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을 낳으심으로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셨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성모님은 가장 사랑받는 어머니입니다. 전세계 어디를 가도 계시고 언제나 자녀를 위해 기도하시고 전세계 모든 신자들 에게 가장 사랑받는 어머니이십니다. 


그 어머니가 사랑하는 성모님의 나라, 성모님의 교구, 성모님의 본당이 바로 여기입니다. 참 좋지 않습니까! 


얼마전 어떤 신자 한분이 이런 고백을 했습니다. 자신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데 천주교 신자인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천주교 신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도가 있는데 그것이 묵주기도라는 것을 매일 느낀다고 합니다. 개신교 신자들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통성기도라는 것을 바치는데 한두번은 그렇게 기도하지만 입원기간이 몇 주 혹은 몇 달이 되면 그런 기도를 계속 바칠 수는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보호자들이 환자를 옆에 두고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데 천주교 신자는 그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조용히 묵주기도를 바치며 환자와 함께 기도하는 것이 너무 보기 좋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천주교는 신앙의 어머니도 계시고 통성기도를 넘어서는 묵주기도도 있습니다. 개신교가 없는 우리만의 보물입니다. 기뻐하고 축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늘 우리는 행복합니다. 한국교회의 주보성인이신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과 함께 성모님의 나라인 대한민국의 해방을 기뻐합니다. 또한 대구대교구의 주보성인이신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보호 아래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를 이곳 군위성당에서 주보성인으로 모시고 함께 기도하며 찬양합니다. 성모님의 나라, 성모님의 교구, 성모님의 본당, 참 좋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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