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맑은 하늘
미국에서 유학할 때 적어도 일이주에 한번은 부모님께 전화를 걸려고 노력했다. 어느날 전화를 걸면서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난 참 착한 아들이야. 이렇게 부모님께 전화도 자주 드리고 말야.'
어머니께서 전화를 받으셨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말씀하셨다.
"아이고 야야, 난 네가 한달동안 전화가 없어서 무슨 일이 있는줄 걱정했었단다. 별 일 없제?"
벌써 한달이 지났구나. 그제서야 정신이 든 나는 한가지를 깨달았다. 부모는 가끔 딴 생각을 하지만 자식은 가끔 부모 생각을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부모가 되기 전에는 절대로 깨달을 수 없을 것 같은 무거움으로 다가왔다.
요즘 나는 가끔 딴 생각을 한다. 강론준비하고 미사드리고 글쓰고 성당오고가고 묵주기도하고 운동하고 먹고 자고 하다보면 하루 혹은 일주일이 삭제되고 만다. 본당신부로 살아가는 일은 24/7이다.
자식을 둔 부모로 살아가는 것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이제서야 부모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