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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렇다'는 말

6월 26일, 폭염

지난 1월 20일 미국에 도착했을 때 날씨는 말 그대로 시베리아였다. 너무 추워서 미사도 며칠을 쉬었다. 그러다가 4월이 되자 날씨가 갑자기 더워졌다. 그러다가 6월에는 계속 비가 왔다.


'볼티모어 날씨가 대단하네요.'하고 말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원래 이렇지는 않아요.'하고 대답한다. 그럼, 원래는 어떨까 생각해 보지만 내가 체험하는 이 날씨가 내게는 원래 날씨이니 별 의미가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원래 이렇고 저런 것들이 나에게는 다 새로운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갑자기 날씨가 엄청 더워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람들이 원래 그렇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한번씩 이렇게 덥다.'는 말은 들었지만 원래 그렇다고는 하지 않으니 상당히 예외적인 더위구나 하고 생각한다.


사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아침의 나와 저녁의 내가 다른 것처럼, 작년의 일이 올해 똑같이 반복되는 일은 없다. 모든 것은 변하고,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인간이 그런 자연의 변화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는 우리는 원래에 더 많은 마음을 두고 산다. 과거의 경험,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 다가올 일보다는 더 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희망하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가 아니라 확실한 장래다. 모든 것의 변화, 나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하느님 나라는 장차 다가올 확실한 일이다.


앞으로도 '원래 그렇다'는 말을 들으면 미소 지을 것 같다. 결국 나에게 래일(來日)이 두려운 미래가 될지 희망의 장래가 될지는 나에게 달려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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