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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7월 24일, 화창한 날

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릿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눈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2010년 3월 세상을 떠난 동기 바오로 수녀님께서 나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에 담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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