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흐리고 폭염
아침 7시 50분 가볍게 달리기 시작한다. 상쾌하다. 그런데 채 1마일도 가기전에 속이 부담스럽다. 아침을 챙겨먹고 바로 와서 그럴 수 있겠지만 나는 안다. 몸이 앞으로 다가올 일을 알고 미리 손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화장실에 들러 땀을 한바가지 흘리고 나오니 밖이 오히려 시원하다. 이제 계획한대로 뛰는 일만 남았다. 센테니얼 공원 호수 4바퀴, 약 10마일(16킬로미터) 뛰기. 미국에 와서 그동안의 달리기는 보통 1시간 6마일 달리기였고, 5월 이후 트레일 러닝은 1시간 10분에 6마일이었는데 이제 볼티모어 마라톤 대회 준비를 본격적으로 해야 할 때가 왔다. 그건 장거리 달리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땀이 너무 난다. 온도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두바퀴를 뛰고 물을 먹으러 차에 가야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달리기 코스에 급수대가 있다. 세바퀴째 접어들자 몸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마라톤 준비는 과거를 잊는 것부터 시작한다. 풀코스를 아무리 많이 달렸어도 아무리 좋은 기록이 있었어도 다 잊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몸은 영악해서 매번 6마일에 맞춰 뛰어 왔으니 10마일은 무리다, 말도 안되는 거리다 라고 계속 신호를 보낸다. 세바퀴만 뛰고 그만 두어야 할 이유도 계속해서 만들어낸다. 무리해서 아프기라도 하면 어떻하나, 강론 준비도 덜 되었는데, 아무도 안보는데 등 트럭 하나 가득 채울 이유가 금방 생겨난다.
지난 6월 17일 <활기찬 몸과 신앙생활> 수업을 시작한 뒤 40명 이상의 교우들이 꾸준히 달리기를 하고 있다. 걷기부터 시작해서 현재는 일주일에 두세번 3마일을 달리고 있으니 대단하다. 평균 나이가 60대인데도 열정만큼은 젊은이 못지 않다. 달리기에 입문해 느끼는 놀라움과 설레임을 보고 있으면 나도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땀범벅이 되어 네바퀴를 다 뛰었을 때 바오로 사도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내 몸을 단련하여 복종시킵니다. 다른 이들에게 복음을 선포하고 나서, 나 자신이 실격자가 되지 않으려는 것입니다"(1코린 9,27).
이제 출사표는 던져졌다. 몸도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