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8일, 흐리고 더움
"사제관 창밖 풍경이 지루해질 때가 되면 말해 주세요."
친절한 K 형제님은 내가 사제관에 들어온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사제관 창문 커튼을 걷으며 나에게 말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났다. 나는 여전히 창밖 풍경을 좋아한다. 특히 해가 지는 노을을 좋아한다. 너무 슬퍼서 그런 어린왕자와는 다르게 내게 노을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난로같다.
대학교 1학년 때 동문 선배와 카페에 간 적이 있었다. 선배는 메뉴판도 보지 않고 '해질녘'을 주문했다. 때는 늦은 오후였다. '음, 이 선배는 멋지군. 시간에 맞춰 마시는 커피도 있구나.' 실제로 그 커피의 향기는 해질녘에 잘 어울렸다.
나중에야 그 커피가 '헤이즐럿'이란걸 알았지만 지금도 나는 노을이 지는 창가에서 해질녘 커피를 마시고 있다.
K에게 말해야겠다. Sunset Bench에 앉아 해질녘 커피나 시원한 맥주 한잔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