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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8월 27일, 가을날

음악을 튼다. 이문세의 <가을의 오면>


어느새 성큼 다가온 가을을 곳곳에서 만난다. 아침 저녁 찬 기운에서 떨어지는 낙엽에서 가을을 본다. 우리 성당 멋쟁이 가을이 머리를 흩날리는 싱그런 바람 속에서도 가을이 느껴진다.


올 가을은 어떨까? 멋질까, 기쁠까, 슬플까, 아릴까...어쨌든 가을은 좋다.


정하상을 생각한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닥친 시련, 아버지와 형이 죽고 어머니와 여동생만을 데리고 살아나와 이집 저집을 돌며 동냥으로 살아야했던 고난.


하지만 한번도 천주의 이름을 헛되이 부르지 않았고 그분을 원망하지도 않았던 정하상 바오로.


1839년 9월 22일, 구름 한점 없는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서소문에서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 보았다. 45년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간다. 희광이의 칼이 가을볕에 빛나지만 두렵지 않다. 감옥에 계신 어머니와 여동생이 걱정될 뿐이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떠오른다.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2티모 4,7).


최선을 다했다. 잘 살았다.


파란 가을 하늘처럼 그의 마음도 가볍다.


"잊을 수 없는 님의 고운 미소 가득한 저 하늘에 가을이 오면" 정하상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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