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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부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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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유기견이 성당에 새끼를 낳았어요!

비가 세차게 내린다. 내 마음은 성당 차고로 간다. 앞이 환하게 트인 성당 차고에는 스타렉스와 모닝이 있다. 그 스타렉스 아래에 길거리 어미 개와 눈도 뜨지 못한 여섯마리 새끼가 꼬물거리고 있다. 빗줄기는 더 세지고 내 마음은 더 흔들린다.


지난 주일 아침이었다. 10시 미사를 마치고 본당에서 먼 소보에 계신 어르신들을 모셔다 드리러 스타렉스를 뺐는데 그 아래 여섯 어린 생명이 꼬물거리고 있었다. 사람이 무서운 어미 개는 어디론가 도망가고 앞이 보이지 않는 새끼들이 서로 엉켜 낑낑댄다. 



난감한 일이다. 한달 넘게 개 한마리가 성당 차고에 와 더위를 피하길래 그냥 내버려 두었더니 이제 그곳에 둥지를 틀었다. 넓고 아름다운 군위성당에 와서 개 한마리를 키워볼까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었지만 생명을 책임진다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님을 누누이 들었기에 마음을 닫았었는데 이제 그 마음에 큰 구멍이 생겨 버렸다. 어릴 적 집에서 키운 땡칠이(개)는 어머니가 잔밥을 주었고 살진이(고양이)는 있는 줄도 몰랐었는데 갑자기 내게 가족, 아니 먹여 살릴 식구가 생겼다. 


군위에는 길고양이와 개가 많다. 밖에 음식물이라도 내어 놓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들이 찾아온다. 귀찮고 지저분한 그들, 한때는 누군가에게 속한 생명이었겠지만 지금은 길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 인간과 공존하고 있다. 울타리 밖에 있을 때는 주인을 잘못 만난, 혹은 지지리 운 없는 동물이라 외면했었는데 울타리 안에 들어와 새끼를 낳으니 그동안의 나의 무심함에 낯이 뜨겁다. 그러고보면 앞발이 잘려 나가 절둑거리는 고양이 역시 성당에 자주 오는데 아무데나 똥을 싼다고 볼 때마다 쫓겨나곤 했다는데 오늘 그 녀석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한번이라도 누군가를 정말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가, 성당 차고의 개는 내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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