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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부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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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입주해 주세요!

지난 주일 갑자기 식구가 된 별님이(스타렉스 밑에서 처음 만났으므로)가 돌보는 여섯 마리 새끼 강아지를 보면 먹고 자는게 일이다. 눈도 못 뜨지만 본능적으로 기어서 어미 젖을 먹고 배가 부르면 그 자리에서 쓰러져 자는데 가끔 자면서 발을 바르르 떠는게 귀엽다. 가장 좋을 때다. 나는 가장으로 어서 식구들을 위한 집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군위성당 이천평 땅에 이들이 머물 공간이 없을 턱이 없으니.



총회장님과 시설위원장님께서 오전 일찍 오셨다. 전날 가져다 놓은 큰 농약통은 시골에서 흔하고 좋은 개 집이니 남은 것은 장소만 정하면 되었다. 며칠을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 성당 뒷마당이 가장 좋을 것 같았다. 일단 사람과 차량 통행이 적고 아늑한 잔디밭이 있고 무엇보다 소나무와 조경석을 배경으로 해가 잘 들어 '배산임양(背山陽)'의 명당이었다.


우선 기둥을 세우고 성당 헨스로 쓰다가 남은 것으로 울타리를 연결했다. 집을 짓는 신자집에 가서 빠레트와 합판을 얻어와 바닥을 만들고 개 집을 얹으니 얼추 집이 되었다. 그런데 햇볕이 강해 그늘을 만들면 좋겠다고 했더니 두 분이 상의 후 삼성철강(대기업 삼성과는 무관함)에 가서 철제기둥과 지붕을 사 오셨다. 그리고 용접봉에 불꽃이 여러번 튀었고 성당 차고 사분의 일 크기의 파고라가 완성되었다. 이제 개 집이 아니라 호텔이 되었다.



남은 일은 단 하나, 입주! 스타렉스를 조금 옮겨 새끼 여섯마리를 바구니에 담아 새 집으로 옮겼다. 당황한 별님이는 차고 밖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는데 새 집으로는 따라오지 않았다. 어미가 새끼 소리를 듣고는 당연히 올거라 생각했는데 별님이는 스타렉스를 떠나지 않았다. 어른 네 명이서 뒷마당으로 몰아도 보고, 새끼 한마리와 간식으로 유인도 해 보았지만 별님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성당 차고로 돌아갔다. 


미분양된 개 집에서 계속 낑낑거리는 새끼를 바라보기가 힘들어 결국 꼬물이들을 다시 스타렉스 밑으로 가져다 놓으니 가족이 재회했다. 사람 마음대로 하는 일이 되는 일이 있겠냐만은 잘 생각해 보시고 꼭, 입주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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