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일, 화창한 가을
차가워진 바람에 고개 묻어 버리고
살며시 웃어버리는 건
단지 스치는 낙엽처럼
쓸쓸한 계절 때문은 아닐텐데...
015B의 'H에게'를 듣는데 마치 나에게 보내는 노래같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시간이다. 기꺼이 떠나보내고 다가오는 겨울을 맞이해야 하는데 고개만 묻어버리고 있다.
앞과 뒤를 보이며 추락하는 낙엽을 붙잡아보려 하지만 부질없는 일이다.
마음이 시린 건지, 누구 말대로 면역력이 떨어진 건지 모르겠다.
늘어가는 흰머리만큼이라도 성숙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늘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은 것은 계절 때문인가, 아님 나이가 들어서인가.
지난 일들이 자꾸 떠올라 흠칫 놀라는 것, 마른 것 같던 눈물이 여전한 것, 기도 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은 생각보다 가을이 깊어서가 아닐까.
가을 바람이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