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걸 하지 않는다. 로맹 롤랑
‘어떻게 매일 뛸 수 있어요?’ 사람들이 자주 묻는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매일 달리지 않는다. 이틀이나 삼일에 한번 달린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같은 코스를 달리는 사람을 알고는 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쉬는 날이 있다. 몸이란 아이와 같아서 끊임없는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며, 계속해서 밀어붙일 수 없다. 때론 응석도 받아주고 달래고 어루만져 주어야 할 때도 있는데 그때 나는 쉰다. 그냥 쉴 때도 있지만 몸에 보너스를 주기도 한다. 사우나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거나 평소에는 갖지 않는 낮잠을 자기도 한다.
특히 겨울에는 달리기하기 어렵다. 밖은 우중충한데 날씨는 춥고 매서운 바람까지 불면 달리러 나가는 것 자체가 도전이 된다. 일단 겨울 추위 대책은 작은 것이 포인트다. 두꺼운 옷보다 얇은 옷을 입는데 위에는 2-4겹, 아래에는 1-2겹으로 입는 것이 좋다. 장갑과 모자 역시 필수인데 달리다가 더우면 주머니에 넣을 수 있도록 가볍고 작은 것이 좋다.
충분히 스트레칭을 한 후에 달리기를 시작하면 몸이 천천히 따뜻해지고 손발의 끝까지 피가 도는 느낌이 좋다. 추울수록 신선한 공기를 깊숙이 들이마시면 머리도 맑아진다. 빙판길이나 미끄러운 도로를 뛸 때는 안전에 유의해야 하며, 가능하면 대낮에 달려서 교통사고를 피해야 한다. 꼭 어두운 시간에 뛰어야 한다면 눈에 잘 띄는 흰색 옷 혹은 야광조끼를 입는 것도 필요하다.
습도가 높고 무더운 여름에도 뛰기가 쉽지 않다. 여름에는 신선한 아침 저녁이 뛰기 좋은 시간이며, 바람이 잘 통하는 옷을 입고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달리기를 하다가 목이 마른 후에 물을 마시면 이미 늦다. 벌써 몸에서 탈수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충분한 물을 30분 간격으로 마셔야 한다. 운동시간도 1시간 정도로 유지하면서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 장시간 운동을 피해야 열사병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30분 빌드업(build-up) 혹은 가속주 훈련이 적합하다. 처음에는 조깅 페이스로 시작하여 마지막 5분 동안 페이스를 높여서 달리는 것이다. 운동시간보다 질에 중점을 두고 심폐기능을 향상하고 자세를 제대로 잡아주는 30분 가속주 훈련이 여름철에 어울린다.
봄과 가을은 뛰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동시에 놀기도 좋은 계절이므로 달리기에도 재미를 더하는 것이 좋다. 나는 평지를 뛰는 것이 지루해지면 산에 가서 산길을 뛰는 트레일 러닝(Trail running)을 한다. 산에서는 평지에서 느끼지 못하는 스릴을 느낄 수 있다. '저 산을 올라가면 어떤 풍경일까?' '저 나무를 돌면 무엇이 있을까?' 땅도 울퉁불퉁해서 무엇을 밟을지 정신을 차려야 하기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때론 특별한 장소로 가서 달리기를 해도 좋다. 내가 좋아하는 곳은 경남 창녕에 있는 우포늪이다. 세계적인 습지를 왼편에, 펼쳐진 황금빛 가을 들녘을 오른편에 두고 대대제방을 뛰다 보면 가을이 내 안에 깊게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다.
눈보라가 치거나 미세먼지가 아주 나쁨인 경우에는 달리기보다는 등산을 하기 위해 나선다. 완만한 산을 오르는 것도 자전거 타기나 수영 못지않은 크로스 트레이닝이다. 수영은 궂은 날씨에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크로스 트레이닝이다. 근육을 풀어주고 폐활량뿐만 아니라 지구력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으며 목욕과 사우나는 보너스다.
크로스 트레이닝 가운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자전거 타기다.
예전에 일반 대학교 2학년 1학기 말에 군 입대 영장을 받고는 그 길로 바로 친구 두 명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강릉 경포대 바다를 향해 떠난 적이 있었다.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대구에서 출발해 안동, 봉화를 거쳐 소백산맥을 넘으려 했는데 산이 얼마나 높던지 옹천역에서 하룻밤을 지샜는데 우리를 불쌍히 여긴 역장님께서 다음날 화물기차에 태워주셔서 살았던 기억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바다에 도착했을 때의 감격이란 군대에 끌려가도 여한이 없을 정도였다.
신학교에 들어가서는 본당 청년 네 명과 함께 자신들을 '독수리 오형제'라고 부르며, '새만금 갯벌을 살려주세요!(SOS: Save Our Saemanguem!)'라는 깃발을 달고 일주일 동안 대구에서 새만금까지 500킬로미터를 왕복한 적도 있었다. 이때는 한여름 뙤약볕 아래 자전거를 끌고 덕유산을 넘어가는데 죽을 고생을 했지만 새만금 갯벌의 생명들과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 길을 나선 뿌듯한 시간이었다. 문규현 신부님을 만나 부안성당에서 하루 묵으면서 모주를 한잔 걸치며 생명을 살리기 위해 헌신하는 노사제의 모습을 보며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자전거 타기는 재미와 의미를 함께 가져다 준다. 자전거 페달을 최고 속도로 밟으며 유지함으로써 근력과 지구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달리기가 지루해지면 자전거를 타자.
달리기를 할 때 꼭 필요한 것들을 알아보자.
무엇보다 달리기 전용 신발이 중요하다. 달리기를 제대로 하려면 신발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미국에는 달리기 전용 신발 매장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러닝화를 많이 파는 스포츠 매장을 찾아가서 자신이 어떤 달리기를 주로 하는지 직원과 상담을 하면 된다.
조깅을 하는 사람이 마라톤화가 필요 없고, 편안한 러닝을 원하는 사람에게 선수들이 쓰는 경량화는 과하다. 자신에게 맞는 신발을 고르기 위해서는 발이 좀 부어오른 오후에 가서 여러 켤레를 신어보고 산다. 발끝에 1센티미터 정도의 여유가 있는 신발을 신발 끈으로 묶었을 때 발등과 발바닥에 딱 들어맞는 것이 좋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운동복이다. 피부 쓸림이 없고 땀 배출이 잘 되는 기능성 섬유의 옷이 좋다. 면 소재의 옷은 땀을 머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중요한데 의외로 사람들이 관심을 적게 두는 것이 양말이다. 평소에 신는 양말이거나 제대로 된 러닝용 양말이 아닌 것을 신고 마라톤을 뛰면 물집이 잡히거나 심하면 발톱이 빠지기도 한다. 마라톤 양말은 흔하지 않고 비싸지만 착용감이 좋고 미끄럼도 없고 땀을 흡수하고 건조가 빠르기에 꼭 필요하다.
모자는 비가 올 때뿐만 아니라 햇볕이 강할 때에도 써야 한다. 땀이 얼굴에 흘러내리는 것을 막아주기도 하지만 겨울철에는 체온을 유지하는 데에도 꼭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이 손목시계다. 한때는 단순히 출발 지점부터 도착 지점까지의 시간을 측정하던 시계에서 발전하여 요즘은 스마트워치(Smart watch)라는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 스마트워치는 GPS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달리는 속도, 거리, 페이스뿐만 아니라 고도, 심장박동수까지 보여준다. 여기에 음악까지 내장되어 있어 달리면서 블루투스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달리는 시대가 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달리기를 하는 것은 꽤 괜찮은 휴식이다.
대한민국을 '미생 신드롬'에 빠뜨렸던 <미생>에 보면, 사범은 프로 기사가 된 장그래에게 바둑만을 잘 두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오히려 바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체력'이라고 말한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서,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야."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일상 달리기만으로는 부족하다. 바둑 기사가 대회에 나가는 것처럼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마라톤 대회에 나가봐야 자신의 체력과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고, 더 나아가 달리기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혼자 달리면 깨닫지 못하는 것, 많은 사람들과 함께 뛸 때만 느낄 수 있는 것, 자신의 몸의 한계와 시합이 가져다주는 긴장감, 거기다가 완주메달까지 오직 마라톤 대회만이 줄 수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대회 준비는 달리기에 대한 동기부여와 목표가 되어 일상 달리기에 지칠 때 그것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서 현대인에게 익숙한 러닝머신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걷기의 인문학>을 쓴 리베카 솔닛은 러닝머신(treadmill)을 뜻하는 '쳇바퀴(treadmill)'는 1818년 영국에서 계발된 죄수들을 위한 징벌 기구였다고 말한다. 쳇바퀴는 단조롭게 지속되는 징벌의 효과뿐만 아니라 죄수의 건강에도 유익하며 제분기의 동력으로 사용되기도 했기에 완벽한 처벌이었다.
그것이 현대인에게 운동기구로 각광받는 러닝머신으로 발전했으며 지금도 사람들은 지루하고 반복적인 그 일을 아무 말 없이 하고 있다. '역사는 처음에는 비극이었다가 다음에는 촌극이 된다.'라는 마르크스의 말처럼 되었다. 헬스장에서 하는 동작들, 즉 노 젓기, 물 긷기, 물건 들기 등은 한때 있었던 일 혹은 노동과 관련된 행위에서 변형되어 노동에서 해방된 육체를 위한 여가와 운동으로 반복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이상한 운동기구인 러닝머신은 걷거나 뛰는 일을 흉내내며 실제로는 아무 곳으로도 데려가지 않는다.
사람들은 마치 러닝머신에 결박되어 있는 것처럼 불확실한 아무 데도 가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며 거울에 비친 자신 혹은 TV만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러닝머신은 안락을 추구하는 사람을 위한 최적의 기계로 사람을 세상으로부터 후퇴시키며 그저 몸통 밑에 달린 두 다리를 번갈아 들어 올리고 내려놓는 움직임에 불과하게 만든다.
충격이었다. 바깥이 너무 추울 때는 종종 러닝머신을 이용하던 나는 리베카 솔닛의 글을 읽고 러닝머신 사용을 그만두었다. 난 죄수가 아닐뿐더러 추위에 대한 고통 없이 달리기를 흉내만 내었던 것과 안락의 욕망을 포기하고 바깥으로 나아가 자연 속에서 달릴 때에야 달리기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음을 다시 깨달았기 때문이다. 진정 살아있는 몸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야외에서 달려야 한다.